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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폐허 전락한 경북도청 신청사 옆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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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 초기 청사 이전 기대감…1단계 3만8737㎡ 분양 인기

부동산 침체·인프라 부족에 살 집 안 짓고 잡초만 무성

“도시계획 실패…수정 추진”

경향신문

지난 22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동쪽에 자리 잡은 ‘한옥마을’이 잡초만 무성한 채 텅 비어 있다. 경북도는 이곳이 ‘신도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낮은 정주 여건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한옥을 짓고 사는 주민은 5가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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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신청사 옆의 ‘한옥마을’. 한옥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약 7만㎡ 부지에는 기와를 얹힌 한옥 대신 잡초만 무성했다. 부지 가장자리에 몇 채의 한옥만 외딴섬처럼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한옥 대신 자리 잡은 2동의 조립식 컨테이너에는 ‘현위치 토지매매’ ‘한옥부지 있어요’ 등이 적힌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경북도가 한옥 보급을 장려하고 신청사 주변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옥마을 조성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토지는 모두 판매됐지만 낮은 정주 여건 등을 이유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도는 2010~2015년 당시 도청 이전 예정지 동쪽에 위치한 6만9359㎡(약 2만1017평) 땅을 1단계 한옥마을 자리로 낙점하고, 2016년 7월 73필지(민간 69필지·3만8737㎡)에 대한 분양을 마쳤다. 하지만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제 공사를 마친 한옥 건물은 견본주택 3채를 포함, 8채에 불과하다. 올해 1채가 더 들어설 예정일 뿐 추가로 건립 의사를 밝힌 땅 주인은 없다.

도 관계자는 “조성 초기만 하더라도 청사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 사람들이 몰렸고, 추첨을 통해 모든 필지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였다”면서 “(토지가 방치되면서) 보기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지만, 집을 짓지 않는다고 민간에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2015년 12월 ‘경북도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주소지를 둔 주민이 바닥면적 60㎡ 이상인 한옥을 지으면 최고 4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융자제도에 따라 무주택자는 최대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도는 설계 기간 단축을 돕기 위해 지난해 9월에는 표준 설계도를 보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옥의 경우 담장과 대문채 등 부대시설도 지어야 해 건축비가 일반 주택의 약 1.5배 수준인 3.3㎡당 800만~1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신도시의 교육·의료·문화 등 인프라 구축이 더딘 데다, 한옥마을은 중심 상권과도 3~4㎞ 떨어져 있어 선뜻 ‘살 집’을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도의 분석이다. 신도시 인구는 도청 이전 3년 만인 지난달 말 현재 1만4780명에 머물러, 당초 목표치 2만5500명의 약 58% 수준에 불과하다.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 결과로 미뤄 추가 한옥마을 사업 역시 힘들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많아, 기존에 세웠던 2단계 한옥마을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춘 경북도의원은 “도청 한옥마을은 도시계획이나 다른 지역의 사례도 살피지 않고 만든 실패작으로 활성화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한옥마을은 물론 신도시 전체의 발전도 힘들다”고 비판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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