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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김정은·푸틴, 비핵화 빼고 제재완화만 논의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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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북·러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약 20년간 권력을 쥐고 있고, 집권 7년 차인 김 위원장도 1인 장기 집권체제를 구축한 '스트롱맨'이다. 두 사람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동병상련의 공통점도 있다. 그런 점에서 회담 테이블에는 대북제재 완화가 주요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회담이 하노이 2차 미·북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 행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북핵 '빅딜' 요구에 맞서 '단계적 해법'을 설득하고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 할 공산이 크다. 국제사회에 북·중 간 밀월관계 못지않은 북·러 간 협력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고 고강도 제재에 균열을 내려는 속셈에서다. 러시아 또한 한반도 영향력 회복과 미국의 지나친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제재 완화 주장에 맞장구를 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대북제재 완화는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국제공조 틀을 깨고 유엔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제재를 풀어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공해상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불법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로 낙인찍힌 상태다. 제재 장기화로 숨통이 꽉 막힌 북한이 사는 길은 이제 완전한 비핵화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이 극동개발을 통한 신동방정책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나섰듯이, 김 위원장도 핵무장보다 경제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 진전 없이 제재 출구만 찾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하루빨리 북 비핵화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돼야 철도, 가스, 전력 등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경제성장도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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