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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쏟아붓는 채권단 책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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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자본을 확충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주기로 했는데 원활한 매각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차원에서는 일단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이런 결정은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려진 만큼 정부의 뜻으로 볼 수 있다. 채권단의 유동성 공급액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5000억원의 현금 지원과 1조1000억원의 신용한도 확보다. 현금 지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영구채 매입 방식인데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확충 효과를 낼 수 있다. 신용한도 확보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같은 방식으로 기존 부채 차환이 안 될 때 꺼내 쓸 수 있다니 빚을 못 갚아 궁지에 몰리는 사태는 피할 수 있을 듯하다.

부실기업에 공적자금 등을 지원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대주주의 책임을 묻고 주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분담케 한 뒤에 독자생존 능력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다. 해운, 조선,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위기를 맞았던 업체들에 적용된 이런 원칙은 예외 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임직원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구노력 외에 매각을 위한 적당한 몸집 만들기에 진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낮은 탑승률로 운행해봐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국, 일본, 러시아 지역 일부 노선부터 폐지하겠다는데 지체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본업에 주력하지 못한 채 금호그룹에 현금 공급원으로 활용되면서 생겼던 비효율을 제거하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본다.

정부와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최근 영업상황이 양호하고 대주주가 매각 동의를 포함한 신뢰할 만한 자구안을 제출한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채권단과 스스로 앞길을 헤쳐가야 할 경영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지고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재무상태 부실이라는 근본 원인과 함께 감사의견 논란 등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점이 컸던 만큼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회사 측이 마련하고 채권단이 수용한 자구안을 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이해관계자와 관련 기관의 협조를 끌어내고 매각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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