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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여성 지원 유엔 결의, 美반대로 '톤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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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재생산적 건강' 문구, 美 '낙태 지원' 우려로 삭제돼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서 연설하는 펜스 美부통령
(뉴욕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유엔 결의안이 낙태 지원을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로 초안에 비해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분쟁지역 성폭력 관련 결의안에는 당초 독일이 마련한 초안에 있던 '성적·재생산적 건강(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지원'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성적·재생산적 건강이란 여성이 자신의 결정권을 보호받으면서 성과 출산에 관한 건강권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결의안 초안에는 유엔 단체와 기부자들이 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성적·재생산적 건강에 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미국이 이 문구를 '낙태 코드'로 보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압박, 결국 삭제됐다.

이번 결의안 표결 때 13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미국의 이번 거부권 행사 위협은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주의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도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유엔 외교관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이 직접 협상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외교관들은 백악관의 우선순위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낙태 허용에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로 꼽혀왔다.

영국은 이번 결의안을 지지하나 '재생산적 건강'이라는 문구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영국 총리의 분쟁지역 성폭력 예방 특별대표인 타리크 아흐마드는 "우리는 생존자 중심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한다. 생존자를 위한 지원은 모든 생존자에게 예외 없이 제공돼야 한다"면서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지원 문구 (누락)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성적·재생산적 건강관리가 포함돼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의 유엔 대사인 프랑수아 들라트르는 결의안 표결 직후 "유엔 안보리가 분쟁지역 성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명백히 스스로 임신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과 소녀가 임신 중절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참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성적·재생산적 건강을 증진한다는 표현은 2009년과 2013년 안보리 결의안과 193개국이 참여하는 유엔 총회가 채택한 몇 개 결의안에도 포함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이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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