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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임금 크게 올랐지만 근로시간 줄면서 정규·비정규 격차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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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은 크게 올랐다.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덕이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일하는 시간을 늘려 임금을 보충하던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이 정규직의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다만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2018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1년에 한 차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근로조건 등을 조사해 내놓는다.

이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9522원으로 2017년 같은 조사(1만7381원) 때보다 12.3% 올랐다. 시간당 임금총액은 2016년에는 전년보다 4.6%, 2017년에는 4% 올랐다. 이에 비하면 지난해 시간당 임금총액은 전년보다 무려 세 배 이상 뛰었다.

월 임금총액은 302만8000원으로 전년(289만6000원)보다 4.6% 증가했다. 이 또한 2017년 2.2% 오른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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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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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뛰는 대신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벌어졌다. 정규직은 지난해 시간당 2만1203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12.6% 인상됐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비정규직은 11% 오르는 데 그쳐 시간당 1만4492원을 받았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임금은 68.3%다. 전년(69.3%)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저소득 노동자, 근로시간 줄면 노동소득 줄어"…격차 확대 요인으로 작용
고용부는 "지난해 근로일수가 감소(2일)해 월급제와 연봉제가 대다수인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이 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은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도 떨어지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커진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올해 3월 노동경제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도 연구 결과로 제시됐다. "저소득 노동자는 낮은 임금을 노동시간 조정으로 어느 정도 보충했다. 그러나 노동시간 축소로 고용비용 부담이 상쇄되면 이들의 노동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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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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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월평균 근로시간은 전년 대비 12.2시간이나 감소했다. 정규직이 13.4시간, 비정규직이 8.8시간 줄었다. 정규직은 월급이나 연봉으로 받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에 영향이 없다. 오히려 임금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다르다. 비정규직 중 파견근로자, 용역근로자.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각각 21.3, 15.2, 12.2시간이나 줄었다. 이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임금 분포 중 중간값에 해당하는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19%로 조사됐다. 2008년 조사를 시작된 이래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2008년 40.3%에서 꾸준히 높아져 2016년 처음 50%를 넘어섰다(50.4%). 지난해에는 58.6%로 급상승했다.

재직 중인 근로자만 조사 대상…실직자 빠져 해석 한계
그러나 정부 해석에 오류도 있다. 이번 조사는 재직 중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임금을 받고 일을 하다 실직하거나 사업체가 폐업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빠져 있다. 고용부가 조사하던 지난해에는 매달 실업자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사상 최악의 고용통계가 발표됐다. 이를 감안하면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근로자(실직자)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신뢰에 한계가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김효순 고용부 고용지원정책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 불황으로) 실업자가 발생했을 수 있는 부분은 이 조사에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금 5분위 배율이 지난해 기준 4.67배로 전년 동월(5.06배)보다 격차가 축소됐다"는 고용부의 설명도 노동시장 전체를 온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5분위 배율은 임금 상위 20%의 평균임금을 하위 20%의 평균임금으로 나눈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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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규모별 시간당 임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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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임금 높아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3만3232원)으로 봤을 때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은 63.2%였다. 한데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56.8%로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낮았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1.8% 수준에 그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기업 간 임금격차를 벌이고 있다는 게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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