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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김명준 ETRI 신임 원장 "내부 경쟁으로 최종 과제 선정, 변화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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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마다 주어진 연구 과제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술의 국산화가 목표였죠. 이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구현에 걸맞는 기초 원천 연구가 중심입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연구 환경부터 마련돼야 합니다"

김명준(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2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ETRI의 향후 연구 방향과 변화 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TRI는 1가구 1 유선전화의 시대를 연 ‘전전자식교환기(TDX)’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초석을 마련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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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생인 김 원장은 1978년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KAIST 석사, 1986년 프랑스 낭시 제1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TRI와는 1986년 인연을 맺어 데이터베이스 연구실장, 소프트웨어연구부장,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원장은 "신임 원장으로서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개별 부서가 각각 뾰족한 칼 한자루씩은 갖고 있었다"면서 "나는 이러한 칼들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에 맞춰 토르의 망치와 같은 하나의 큰 성과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 개인이 시대적 R&D 전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연구 제도는 과제 중심이 아닌 개방형 경쟁체제다. 김 원장은 "연구원들의 사기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져 이유를 살펴보니 특정 연구자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데다 과제 성과만 요구하는 탓에 네이처, 셀 등 국제학술지 논문 등재로 연구에 집중도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이러한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출연연이 각자 PBS 개편안(수입구조 포트폴리오)를 수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996년 도입된 PBS제도는 출연연이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해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취지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외부 과제 수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이었으나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줄어드는 등 역효과 문제가 발생했다.

김 원장은 "에트리의 PBS개편안과 관련된 ‘역할과 책임(R&R)’에 대해서는 다시 들여다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파스퇴르 등 외국 선진 연구소를 보면 좋은 과제를 낙점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내부 경쟁을 통해 최종적인 결과가 나올 시점에 하나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이면 새로운 기술이 바뀌는 시대에 3년 뒤 연구성과를 미리 기획하고 과제로 정하는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과제의 선정절차 수준을 세계 최고 기준으로 향상하면 결과물은 자연스레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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