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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입만 의존하더니…꼬이는 장자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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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故) 장자연 씨 사망 사건의 핵심 쟁점인 '장자연 리스트'의 실제 존재 여부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 리스트의 존재를 주장한 배우 윤지오 씨(사진)가 허위사실 적시 등 혐의로 지인으로 알려진 김수민 작가로부터 고소까지 당하면서 이번 사태가 미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장씨 관련 수사권고와 공보 등을 둘러싸고 조사단 내에선 내분 양상까지 벌어져 장씨 사건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조사단과 2009년 장씨 사건을 특종 보도한 김대오 기자 등에 따르면 장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윤지오 씨가 본인 책 등에서 주장한 '장자연 리스트'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에 "윤씨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의 주요 조사 상황과 내용이 대부분 신속하게 보도됐던 전례와 비교해 윤씨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조사는 보도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조사단이 윤씨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윤씨가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돼 윤씨 책(13번째 증언) 등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진실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엔 "애초 리스트 같은 건 없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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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장자연 리스트는 크게 세 종류다. 김 기자가 보도한 12장짜리 문건, KBS가 보도한 4장짜리 문건, 윤씨가 봤다고 주장한 7장짜리(이후 윤씨는 4장이라고 말을 바꿈) 문건 등이다.

김 기자는 2009년 3월 장씨 소속사의 유정호 전 호야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을 통해 장씨가 쓴 12장 분량의 친필문서를 단독 보도했다. 지난 23일 김 작가의 대리인 박훈 변호사와 함께 윤씨를 허위사실 혐의 등으로 고소한 뒤 "일목요연한 (접대) 리스트는 절대 원본 속에 없었다. 1~2페이지로 넘어가는 리스트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의 숫자는 아무리 (많이) 해도 여섯 명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당시 피처폰의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로 (문건을 찍은) 사진에서는 글자를 해독할 수 없어서 (유 전 대표를) 설득해 유 전 대표 사무실에서 문건을 봤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윤씨가 본 문건은 수사를 받으며 잠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 주장의 핵심을 반박한 것이다. 윤씨는 자신의 책에서 "(문건 7장 중) 마지막 두 장에는 이름이 쭉 나열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사람들의 명단이 족히 40~50명은 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리스트 원본 중 4장을 직접 봤다. 영화감독, 정치계, 언론종사자 등"이라고 당초 주장을 바꿨다. 아울러 "언니(장씨)가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해 거의 호소를 하다시피 이름들이 쭉 나열돼 있는 페이지가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주장까지 했다.

김 기자는 윤씨가 유족 이전에 문건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윤씨는 봉은사에서 유족들이 도착하기 전 유 전 대표 차 안에서 사본을 봤다, 원본을 봤다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때 당시 원본은 유 전 대표가 봉은사 특정한 장소에 파묻어 놓아 윤씨가 원본과 사본을 다 봤다고 주장하는 건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날 매일경제에 "윤씨 진술은 그 순수성을 의심할 부분이 있으니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이날 윤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6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3차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윤씨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떠났다. 출국 과정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했고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제가 범죄자인가, 이게 증인을 대하는 태도냐"며 화를 냈다. 갑작스럽게 출국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 4일부터 엄마가 아프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이후 윤씨와 윤씨에게 주목해 온 일부 언론과 정치인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조사단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장씨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는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윤씨를 대중 스타로 만들어줬다는 비판이다. 한 예로 지난달 13일 조사단 조사를 마친 윤씨는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과 언론인 총 3명을 리스트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부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렸으나 아직도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전직 검사장은 "처음부터 조사단이 윤씨 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조사를 벌인 게 자충수가 됐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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