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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진그룹, '3세 경영' 본격화...조원태 신임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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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IATA로 첫 데뷔...경영권 위협 방어·상속세 재원 마련 등 과제 많아

파이낸셜뉴스

/사진=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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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3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한다. 지난 8일 고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지 16일 만에 '조원태 체제'를 공식화했다. 재계는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아들인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예정된 수순대로 한진그룹의 승계를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행동주의펀드 KCGI 등이 주식시장에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노골적인 경영권 위협이 지속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회장 선임을 통해 승계 작업을 서두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조 신임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아 '40대 총수'로 감당해야 할 무게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원태 신임회장, 첫 숙제는? "경영권 방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24일 오후 이사회를 통해 조원태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 후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을 막아내려면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선임이 시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행동주의펀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보유 비율이 종전 12.80%에서 14.98%로 늘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보통주 기준)이다. 조원태 신임회장은 한진칼 지분이 2.34%밖에 없다. 때문에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조원태 신임회장이 조부인 조중훈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한진가의 한진칼 경영권을 지켜내려면 고 조양호 회장의 두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2.30%)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조양호 회장의 시신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지난 12일 고인의 유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원태 신임회장이"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답변한 이유를 여기서 해석하는 것도 그래서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날 조원태 신임회장의 취임에 대해 "한진가 내부에서 '조원태 체계'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실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비등비등한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자녀들간의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조원태 신임회장 중심의 신속한 체제 전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CGI의 한진칼 지분 추가매입에 대해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장내 매수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조원태 신임회장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월 IATA로 데뷔…"다음 과제는 상속세 재원마련"
조원태 신임회장의 공식적인 데뷔 무대는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될 전망이다. IATA 연차총회 각 회원 항공사들의 최고경영층 및 임원, 항공기 제작사 및 유관업체 등 전세계 각계에서 1000여명 이상의 항공산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항공업계 회의다. 세계 항공 교통량의 83%가 IATA 회원사들에 의해 발생하며, 전 세계 항공사들의 요금을 결정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하다. 일찍부터 업계에선 IATA 연차총회를 서울로 유치한 장본인인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6월이 조원태 신임회장의 첫 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첫 시험 후엔 조 신임회장은 본격적으로 상속세 재원마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원태 신임회장이 내야할 상속세를 금융가에선 약 1727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유가증권 가치 약 3453억원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한 금액이다. 관건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팔지 않고 상속세를 마련하는 것이다. 시장에선 조 신임회장이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 지분가치의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5년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실추된 한진가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도 조원태 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와 상속세 문제가 해소하고 난 후에는 애초 한진그룹의 발목을 잡아왔던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실추된 집안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큰 숙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땅콩회황' 이후 잇따른 오너 리스크 사태로 침체된 대한항공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원태 회장은 50주년을 맞이한 올해 초 시무식에서도 부친을 대신해 "이제 회사는 우리 임직원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내부 결속을 강조한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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