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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대통령 친인척·의원들 뺀 `반쪽` 공수처, 국민이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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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포함시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결사 저지에 나선 가운데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캐스팅보트'를 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누더기 공수처법을 위해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 4당이 내놓은 공수처는 오 의원 주장처럼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한 '반쪽 기구'라는 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대상은 7000여 명인데 이 중 검사, 판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 등 5100명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게 돼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 등 1900여 명은 지금처럼 검찰이 재판에 넘길지를 결정한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시 공수처가 법원에 판단을 다시 구하는 장치(재정신청)를 뒀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당초 대통령 주변 측근과 친인척, 여당 의원의 권력형 비리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2월 "공수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그런데 여야 4당이 각자의 숙원인 공수처법과 선거법 처리를 위해 입맛에 맞게 공수처의 핵심을 쏙 빼면서 누더기가 됐다. 이런 공수처를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게 돼 있는 것도 문제다. 공수처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공수처장에 대한 독립적인 인사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가 권력 눈치를 보는 제2의 검찰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헌법 등에 규정된 검찰의 영장청구권 및 기소 독점과의 충돌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여당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형사사법시스템의 큰 틀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구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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