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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그렇게 비판하더니, 현 최저임금 공익위원에 내년 최저임금 또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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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올스톱에 비상걸린 경영계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개편

4월 국회 넘기면 물 건너갈 우려

중앙일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자 편의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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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가 정쟁으로 난장판이 되면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24일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제도 개편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산업현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생각도 같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장 안착이 크게 지연되고,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저임금도 제도 개선이 안 되면 합리적인 결정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고용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데 지난 2월 노사정이 합의했다. 벌써 2개월이 지났다. 합의를 기초로 마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저임금 제도개선은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제출돼 있다.

두 제도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달 논의했지만 정치일정과 정쟁으로 중단됐다.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처리를 미루더니 이후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과 선거구제 개편, 공수처 설치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노사정이 합의했는데 국회에서 막힌 탄력근로제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최대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기업은 아우성을 쳤다. 경제단체들은 "준비기간도 없는 상태여서 이대로면 기업인 범법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며 보완책 마련을 건의했다. 당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리 있다"며 받아들여 계도 기간을 뒀다. 올해 3월까지 처벌이 유예됐다.

이에 맞춰 지난 2월 노사정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3개월인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안이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노사정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 마련에 발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국회가 3월 이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정치일정을 이유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은 "단위기간 6개월을 1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 때 6개월 확대에 노사정이 합의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크게 환영했다. "이제 와서 1년 확대 주장을 하는 것은 산업현장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정책을 정쟁거리로 삼는 것에 다름 아니다"(대기업 인사담당 임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말로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7월부터 특례제외업종, 내년 1월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법 개정이 되더라도 하위법령 개정 등에 통상 3개월 걸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위 관계자는 "4월에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노사정이 합의로 마련한 보완책이 물거품이 되고, 산업현장은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현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제도가 개편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입법 지연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최저임금, 이대로?

고용부는 지난달 말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는 식물상태다. 지난달 중순 최저임금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퇴서를 제출해 심의할 사람도 없다. 공익위원들이 사퇴서를 낸 것은 최저임금법 개정을 염두에 둔 선제조치였다. 그러나 정작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서다.

지난해 공익위원이 주도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당초 이 법은 3월 말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도 3월 통과를 약속했다. 최저임금 심의 일정상 전문가 그룹을 국회 등의 추천을 받아 새로 선임하는 등 결정 구조 변경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 재구성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4월 국회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퇴서를 제출한 최저임금 공익위원들이 또다시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결정하게 된다. 고용부가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사의 충돌 같은 사회적 갈등도 재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4월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 안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제도 개편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현행 제도 아래서 이뤄지면 국회에서 입법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최저임금 공익위원과 최저임금위원회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던 정치권이 정작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태풍이 몰려오는데 손을 놓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근로자뿐 아니라 소상공인 등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문제다.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최저임금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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