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뒤 흉기 챙겨 나와 1∼4층 오르내리며 수차례 찔러
21명 사상…조현병 치료 중단 뒤 피해망상 따른 분노 범행
취재진에 답하는 안인득 |
(진주=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안인득(42)이 21명을 사상하게 한 참혹한 방화·살인을 저지르는 데는 단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25일 경찰의 최종 수사 브리핑을 토대로 범행 당일 행적을 재구성해보면 안인득은 지난 17일 오전 0시 50분께 흰색 통을 들고 밖으로 나가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1시간 뒤 귀가했다.
안인득은 이후 3시간 가까이 집 안에 머물렀지만, 이때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시간에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참혹했던 범행은 오전 4시 25분께 시작됐다.
안인득은 본인 4층 집 주방 싱크대 앞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안인득은 그 직후 집에 준비해둔 길이 34㎝·24㎝ 등 흉기 2자루를 챙겨 나가 아파트 계단에 자리 잡았다.
이 흉기는 한 달 전 한 전통시장에서 산 것이다.
안인득은 경보음 등을 통해 화재를 인지하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잠에서 막 깬 주민들은 1∼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격하는 안인득에게 속수무책 당했다.
초등학생 6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포함한 10대 여학생 2명과 50대·60대 여성, 70대 남성 등 총 5명이 목을 포함한 급소 등을 수차례 찔려 숨졌다.
한때 안인득이 아이·여성·노인 등 약자만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안인득은 "눈에 보이는 대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안인득의 흉기 난동으로 사망자 외 6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10명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서 나서는 안인득 |
범행은 안인득이 오전 4시 35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2층 복도에서 맞닥뜨린 오전 4시 37분께 사실상 끝났다.
안인득은 대치 끝에 오전 4시 50분께 경찰에 검거됐다.
불은 안인득 집 내부와 복도 20㎡를 태운 뒤 오전 4시 57분께 완전히 꺼졌다.
경찰은 안인득이 범행 도구를 길게는 한 달 전 준비한 데다 비교적 짧은 시간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점 등에 미뤄 치밀한 계획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또 주치의가 바뀌는 과정에서 2016년 7월을 끝으로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뒤 피해망상에 따른 분노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안인득은 그간 "10년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국정농단 등이 나를 해하려는 세력에 의해 일어났다"는 등 범행 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해왔다.
안인득은 방화·살인 동기와 관련해 "불을 지르면 주민들이 바깥으로 대피할 걸 알고 있었느냐"는 경찰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 답변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검찰은 안인득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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