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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단독]교육부, 고려대처럼 정시확대 회피하면 재정지원 탈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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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려대학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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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현재 고2가 치를 2021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계획이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을 따르지 않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이 정시 확대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추후 재정 지원 사업에서 탈락시키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위해 정부 재정지원 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의 지원 조건으로 2022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30% 이상’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은 정시를 늘리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정시로는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 대학 여건을 고려한 조치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고교 내신 성적으로 뽑는 방식으로, 주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많이 선택하고 있다.

대부분 수도권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정시 비율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계획을 내놨다.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하면 정시를 늘리지 않고도 재정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려대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 비율이 16.2%에 불과할 정도로 수시모집을 선호하는 대학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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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8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대입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권고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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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수능 위주 전형(정시)을 30% 이상 늘리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고 원칙이다. 학생부교과전형 30% 이상 대학을 인정해준 것은 지방 대학을 위한 조건이지 수도권 대학을 위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대입 계획에 대해서는 “만약 수도권 대학들이 제도 허점을 이용하려 한다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다”며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장 내년 평가에서는 지표를 조정해서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향후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에 정시 확대를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정시)을 30% 이상으로 높이거나 내신 위주 전형(학생부교과)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들이 정시 확대를 피하려는 의도로 내신 위주 전형을 늘린다면 수도권 대학에는 정시 확대만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과장은 “교육부가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 권역별로 대학을 선정하는 것처럼 지원 조건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는 지금까지 수시모집을 확대하던 정부가 갑자기 정시 확대를 요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대학입학처장협의회는 교육부에 “정시 30% 이상이 과도하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완고한 태도다. 송 과장은 “일고의 여지도 없는 주장이다. 1년간의 공론화를 거쳐 나온 결과인데 뒤집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는 대부분 대학이 정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백기를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텍 등 일부 대학이 정시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사립대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예산을 받지 않으면 입학사정관 등 인건비 부담이 갑자기 커진다. 웬만한 중형 규모 이상 대학은 안 따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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