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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삼성취업 보장` 대학 반도체학과 신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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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세대에 4년제 학부를 졸업하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채용되는 '계약학과'가 탄생했다. 연세대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공과대에 신설해 2021학년도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한 학년 정원은 50명이며 첫 신입생은 내년에 선발할 계획이다.

연세대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계약학과는 채용을 조건으로 운영하는 '고용보장형'이다.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은 재정 지원과 함께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이다. 연세대와 삼성전자는 일단 학부 과정으로 운영한 뒤 학·석사 통합 과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학과 신설을 공식화한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 등 다른 대학도 반도체학과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대를 중심으로 학과 신설 방안과 커리큘럼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대는 커리큘럼에 학사 과정뿐만 아니라 학·석사 연계 과정을 함께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 학사를 3년 반, 석사를 1년 반 만에 끝낼 수 있는 옵션을 하나 더 주자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비메모리 분야 핵심인 반도체 설계 분야 고급 인력 등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학과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학칙 개정이 필요한 만큼 다른 사립대와 달리 서울대는 학과 신설을 확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가 "여러 의견을 청취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도체 산업 인력 문제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시급한 문제이고,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연세대와 서울대 외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학과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서 학과 신설 제안이 왔고 아직 개설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UNIST 관계자도 "삼성전자와 논의 중이며 아직 개설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업들과 대학들이 구상하고 있는 반도체 계약학과 확정안은 정부가 이달 발표할 예정인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당초 2022학년도 대입부터 반도체학과 인력을 선발하는 것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에 대한 시급성을 감안해 이를 2021학년도 대입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133조원 규모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을 밝힌 가운데 반도체학과 신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다량 생산인 메모리와 달리, 종류가 많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설계 분야(팹리스) 전문 인력 양성과 산학연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주요 대학들이 반도체학과를 계약학과로 설치하려는 데 대해 반도체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해 왔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 핵심인 설계 인력 확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순민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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