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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암초 만난 부산 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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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대표단 이견에 원탁회의 참가자 100명 선정 못 해

시민사회진영 노동계 위주 추천에 부산시의회 난감

28일 원탁회의에서 후보지 결정하려면 합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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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시민사회진영의 극적 합의 뒤 순조롭게 진행되던 부산 노동자상 위치 선정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28일 원탁회의에서 노동자상 위치를 결정하려면 원탁회의에 참여할 시민 100명 선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선정방법과 관련해 추진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지난 17일 부산시와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의 합의에 따라 꾸려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부산시민 100인 원탁회의 추진대표단’은 25일 2차 회의를 열어 노동자상 위치 선정에 참여할 시민 100명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연기했다.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선 100명의 선정방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시의회가 시의원 6명과 16개 구·군의회 각 1명씩 16명 등 22명을 추천하는 것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나머지 70여명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건립특위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추천하겠다고 하자 부산시의회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고루 참여시키자고 맞섰다.

건립특위가 노동계 중심으로 추천하려는 이유는 일본 총영사관 근처에 노동자상을 두기 위해서다. 원탁회의 참가자들 가운데 비노동계가 더 많으면 원탁회의에서 노동자상의 위치를 부산역 앞 등 일본 총영사관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의회는 곤혹스러워한다. 원탁회의가 공론화기구이자 사회적 합의기구인데 원탁회의 배심원격인 참가자들이 노동계 일색이 되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데다 ‘추진대표단이 미리 각본을 짜고 형식적인 원탁회의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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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상을 설치할 장소도 관심사다. 추진대표단은 25일까지 부산시의회 누리집과 전자우편 등을 통해 노동자상 후보지들을 추천받은 뒤 회의를 열어 후보지 2~3곳을 원탁회의에 제안할 방침이다. 원탁회의는 28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2층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참석자들은 토론하고 만장일치 합의가 되지 않으면 투표로 노동자상 위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강제 철거해서 남구 대연동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1층에 뒀던 노동자상은 24일 다시 철거 전 위치로 돌아갔다. 추진대표단 회의에서 건립특위가 반환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건립특위는 이날 부산시가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을 때 사용한 비용 68만원을 납부하고 노동자상을 일본 총영사관 출입문에서 직선 150m거리의 정발 장군 동상 근처로 옮겼다. 부산시가 지난 12일 강제 철거하기 전에 노동자상이 있었던 곳이다. 부산시는 ‘추진대표단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대표단 관계자는 “28일까지 노동자상 위치를 결정하려면 속도를 내야 하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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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노동자상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하는 건립특위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를 기억하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일본 총영사관 출입문 근처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려고 했다. 정부와 부산시가 반대하자 건립특위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직선 150m 거리의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두려고 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12일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임시로 놓였던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건립특위는 15일부터 부산시청 1층 복도에서 밤샘농성을 벌였다. 부산시와 건립특위는 노동자상 철거 닷새 뒤인 17일 합의했다. 100인 원탁회의를 통해 노동자상 위치를 결정하고 노동절인 다음달 1일까지 노동자상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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