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박영선, 中企업계와 '불꽃 간담회'…최저임금 등에선 신경전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企업계 최저임금 구분적용 요구…박영선 "안되는 건 안돼"

각종 현안 해결에 의지 보였지만 일부에 대해선 단호 입장 견지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년 제1차 중소기업정책심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19.4.25/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심언기 기자 = "솔직히 안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상생과 공존'을 주제로 열린 중소기업계와의 '150분 간담회'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개별 업계 민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가도 몇몇 노동현안에 대해선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안과 그렇지 못한 사안을 분명히 하며 '강한 장관' 면모를 부각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군청색 벨벳 재킷 차림으로 환한 미소를 띄며 장내에 모습을 드러낸 박 장관은 간담회장을 가득 메운 30여명의 중소기업계 대표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안부인사를 전했다.

먼저 박 장관 바로 옆자리에 착석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박 장관을 '중소기업 응원단장'이라고 했는데 딱 맞는 것 같다"며 "여성으로선 민주당 최초로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여러 활동을 하셨기에 기대가 크다"고 치켜 세웠다.

이에 박 장관은 빙 둘러앉은 중소기업계 대표들을 쳐다보며 "정말 반갑다. 나도 14대 회장(유기정) 시절에 중기중앙회를 출입한 기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옛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중기부가 부로 승격되고 많은 기대가 있었을 텐데 1기 홍종학 전 장관이 씨앗을 뿌렸고 싹이 나게 하는 게 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간담회 초반에는 이처럼 서로간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본격적인 규제애로 청취에 들어가자 상황이 반전됐다. 중기중앙회 소속 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업계 애로사항을 두꺼운 '책자'로 만들어 작심한듯 쏟아냈다. 여기에는 중기부가 부로 승격되고도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업계 불만도 한몫 거든 듯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차분하면서도 강단있는 말투로 스마트공장 단계별 확산, 전문인력 양성, 복지힐링센터 설립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해 "심각히 살펴 보겠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하는 등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기술탈취 문제를 막기 위한 '불공정개선위원회 구성'과 '스마트공장 지원 방침' 등 친(親) 중소기업 정책 구상을 밝힌 데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간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이거나, 중기부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에 대해 박 장관이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분명히 선을 긋자, 양측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이 "최저임금이 최근 2년새 29.1%나 올랐다"며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구분적용을 주장하자 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솔직히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가 "시도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박 장관은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거듭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2019.4.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 중 일부 신경전도 연출됐다. 박 장관은 '노란우산공제 누적 가입자가 급증했지만 지역 형편이 열악하다'며 '거점지역에 사무실을 설치해달라'는 요구에 "그건 과한 주문"이라고 잘라 거절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은행 허가를 내줬더니 점포까지 만들어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한 박 장관은 "이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이 "노란우산공제는 원칙적으로 자금운영만 할 수 있을 뿐 부동산 투자나 주식투자를 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업계의 주장을 거들었지만, 박 장관은 "제가 보기에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4선의 중진 국회의원 출신인 박 장관은 상임위 활동 등에서도 전문성을 토대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취임 후 3주만에 열린 업계와의 마라톤 간담회였지만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적절 대응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중소기업계의 노동현안 요구에 일부 견해차를 드러낸 만큼, 향후 업계와의 대립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관-중소기업계 토론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년 4회 정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현장 중심형 리더가 되겠다는 박 장관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dongchoi89@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