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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쿠보 작가 '아우라의 환생-당신의 저녁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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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우라의 환생-당신의 저녁은?‘전. 제공|룬트갤러리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건축물도 생명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밤이 새벽녘 건물에서 삐그덕 소리가 날 때면 늙은 건물이 관절염이 도진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이같은 상상을 시각화한 미술가가 있다. 현재 룬트갤러리에서 ‘아우라의 환생-당신의 저녁은?’(~30일까지)전을 선보이고 있는 사쿠보(정보석) 작가다.

평범한 벽돌 건축물이 걸려있는데 절단된 옆부분을 들여다보면 붉은 빛 고기 덩어리가 보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바닥에는 건물을 절단해 포장한 건물 삼겹살, 건물 갈빗살이 놓여있다.

걸음을 뒤로 해 먼거리에서 조망하면 작품은 해당 전시가 개최되고 있는 건축물을 축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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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의 환생-당신의 저녁은?’전. 제공|룬트갤러리


사쿠보 작가는 “내재된 인지의 화각이 넓은데서 좁은데로 옮겨간다. 우주 속 지구 속 대한민국 속 서울 속 우사단 거리 속 건물 속 공간 속의 지금”이라면서 “이 화각의 변화속에서 잠재된 내 안의 무의식이 뒤섞인 감정으로 요동친다. 이것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끊임없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가장한 또 다른 질문이 뒤섞여 엉겨붙은 덩어리이다. 무의식이 드러내는 이야기를 내 멋대로 해석한 대화 덩어리”라고 밝혔다.

실제 건축물을 모티브로 한 것에 대해서는 “실재하는 ‘진짜’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내가 ‘복제한 진짜’는 에너지가 있는가. 내가 ‘복제한 진짜’를 ‘강제’ 잉태한 ‘진짜’는 어떠한 감정의 변화를 겪을까. ‘복제한 진짜’를 품은 ‘진짜’ 사이에는 어떠한 경계와 관계가 발생할까. 내 무의식에는 당신 역시 담겨있다. 내 무의식은 이미 당신의 무의식과 엉겨붙고 있다.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덩어리는 오늘 당신의 저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평범한 건축물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벽돌 밑으로 혈관이, 뼈가, 살이 있을 것만 같다. 손을 가만히 대본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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