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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판문점선언 1주년행사 참석학생 경기 4천명 vs 서울 100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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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고입 내신성적 반영되는 봉사활동시간 제공…서울은 부여 안해

경기일부 시군 고교와 외고·자사고 고입때 내신반영…교육청 "학생들 자발적 참여"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준비한 '평화 선언 캠페인'에 참석하는 중학생들에게 고입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봉사활동 시간을 제공하기로 해 참석을 '인위적'으로 유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 1주년인 27일 김포, 고양, 연천 등 도내 접경지 4곳에서 '경기 학생 평화선언 캠페인'을 연다.

학생들이 접경지에 모여 평화 파도타기, 평화통일 만세삼창, 학생들이 사전에 작성해 온 '평화선언문' 낭독하기 등 다양한 평화기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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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경기학생 평화 선언 캠페인' 체험 운영 계획



오후 1시에 시작한 본 행사는 오후 3시 30분 끝난다.

그런데 도 교육청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주기로 했다.

도 교육청의 '경기학생 평화선언 캠페인 체험 운영계획'에 안내된 평화 캠페인 프로그램 세부 일정을 보면 당일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진행되는 '평화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 활동(평화구호 외치기 활동 등 자율운영)'과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는 '평화 문화 확산 캠페인', '교육지원청별 기념촬영'에 대해 봉사활동 시간 총 2시간을 인정한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일선 학교에선 도교육청의 인정 시간 외에 학교 내 활동 시간을 포함해 봉사활동 시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고 있다.

한 중학교가 학생들에게 배부한 가정통신문에는 '참가 학생 혜택: 전원에게 학생 봉사활동 시간 6시간 인정(활동 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됨)'이라고 안내돼 있다.

도교육청이 인정한 2시간 외에 사전 준비 3시간, 당일 활동 1시간씩을 추가해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중학교의 봉사활동 시간은 고입 내신 성적에 반영된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고교평준화 지역인 12개 시·군은 중학교 내신 성적과 무관하게 고등학교가 배정되지만, 나머지 19개 시군 내 고교와 외고·국제고·자사고 등 학교장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부 고교 입학전형에선 중학교 내신이 반영되다 보니 봉사시간 확보가 고입에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중학교 3년간 봉사시간 60시간을 채워야 최고점인 20점(고입 내신 만점 200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봉사활동 인정 여부는 학생들에게 큰 유인책이 된다.

경기도 내 한 중학교 부장 교사는 "이번 행사 참여에 따른 봉사활동 인정은 주말 시간을 할애한 학생들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라며 "이런 보상이라도 있어야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겠느냐.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감은 "이번 행사처럼 소위 관에서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는 건 서로 가려고 한다. 신청만 하면 다 알아서 해주고 봉사시간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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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한 중학교가 학부모에게 배부한 가정통신문



이런 이유로 도교육청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이날 행사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모 지역 교육청 장학사는 "판문점 1주년 행사는 학생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우러나야 하지 봉사활동 시간을 주고 안 주고 하는 건 행사 취지가 퇴색돼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하듯 27일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 규모는 경기도가 4천여명인데 비해 서울과 인천 등 다른 지역은 100여명에 불과해 대조를 보였다.

참가자 4천여명 중에서도 고입을 앞둔 중학생의 참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도교육청은 추산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계획 단계에서 지역교육청별 모집 인원도 정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도 학교 입장에서 보면 외부기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시간 부여가 가능하다"라며 "학생들이 자발적 참여를 위해 행사 당일 프로그램을 우리가 정하지 않고 방향만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이유는 봉사시간 때문이라기보다 이번 캠페인의 취지와 행사 당일 전후로 저마다 진행되는 교육 활동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역교육청별 모집 인원을 정한 데 대해선 "행사장 규모보다 더 많은 학생이 참석하면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적당한 인원 수준을 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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