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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용접가스만으로도 폭발 가능성…건설현장에 화재위험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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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소방서 화재조사관, 공사장 화재 위험성 논문 발표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건설 현장은 항상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불꽃이 튀는 용접, 용단 작업이 수시로 이뤄지고 먼지도 많이 날린다. 각종 마감 작업에 필요한 인화성 화학 물질도 많다.

실제 2016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김포 주상복합 건축공사 현장 화재처럼 불이 삽시간에 커지며 근로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사 현장의 화재위험 요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담배꽁초와 불티 조심 등 부주의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만, 용접작업 등 일상적인 작업이 야기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현장에서 용접 때 발생한 가스가 담뱃불이나 불티 또는 가연물이 없더라도 일상적인 작업 중 폭발할 수 있다는 현직 소방서 화재조사관의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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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감식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두천소방서 박성희(소방장)·의정부소방서 고영기(소방위) 조사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연구를 진행, '건설현장 취급물질의 상태에 따른 발화원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박 소방장은 28일 "건설 현장 화재 원인을 용접, 용단에서 발생한 불꽃이나 담배꽁초 정도로 한정해 생각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물질과, 이 물질을 점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발생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박 소방장은 용접 때 발생하는 가스에 주목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비용과 효율성 문제 때문에 대부분 이산화탄소 실드가스 용접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으로 용접을 하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눈으로 보이는 불꽃에 비해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라 경각심이 덜하다.

연구팀이 공사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이산화탄소 용접에서 15초 이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300ppm 이상 올라갔고, 16초부터는 농도 측정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상승했다.

박 소방장은 "추정해 본 결과 작업시간 235초 후에 폭발 하한범위인 1만2천500ppm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공사 현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작업의 방전 에너지를 분석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폭발 하한범위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어떤 작업을 하면 폭발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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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불꽃
[연합뉴스TV 캡처]



실험 결과 용접을 비롯해 연삭 가공(고속회전하는 숫돌로 표면을 깎는 공법), 드릴링(드릴로 구멍을 뚫는 공법) 등 작업을 할 때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방전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용접 때 발생한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현장에 담뱃불이나 용접 불티, 종이, 기름류 등 가연물이 없더라도 일상적인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와 함께 공사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 실태조사도 진행됐다. 박 소방장 등은 경기북부지역 공사장을 돌며 현장에서 쓰이는 박리제, 양생제, 희석제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현장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화학 제품들은 가연성, 인화성 액체와 고체인 경우가 많았지만, 제품 포장에는 이에 대한 경고 문구도 없었고, 현장 근로자들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박 소방장은 "건설현장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인화성 물질을 다룰 때처럼 용접 가스에 대해서도 폭발위험 범위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그림과 문자로 물질의 위험성을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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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화재조사 학술대회에서 수상한 박성희 소방장
[동두천소방서 제공]



박 소방장은 "대다수 건설 현장이 화재위험에 노출된 만큼, 규모와 상관없이 위험성 평가를 해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 소방장은 해당 논문으로 2019년도 전국 화재조사 학술대회에서 4위를 기록해 장려상을 받았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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