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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4>스타트업일수록 경력직원을 뽑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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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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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비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흔히 범하는 오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본인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경력이 많은 사원이나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원을 뽑아선 안 될 것 같다는 착각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자신과 비슷한 연배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회사 생활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질이 좋은 직원을 뽑았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성과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대기업은 신업사원을 교육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에게 업무 관련 교육을 시키는데 평균 600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은 신입사원에게 쓰는 교육비가 무려 8600만원에 달한다. 많은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교육비를 투여했음에도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로 만드는 데는 대략 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사실 대기업은 업무 경력이 전무하더라도 훌륭한 자질을 갖춘 신입사원이라면 충분하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해 훌륭한 직원으로 양성할 수 있는 사내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은 신입사원이 성과를 낼 때까지 업무를 수행해 줄 숙련 직원을 사내에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굴지의 대기업조차 사내 교육비용에 대한 부담 등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보다 경력사원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스타트업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스타트업은 신규 직원을 위한 사내 교육 내지 연수 프로세스가 전무하다. 그렇다고 해서 동료 직원이 신입 직원을 멘토링할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소수 인원이 2~3명 분량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직원의 잠재적 자질 내지 역량보다 업무 수행 경험 내지 경력을 중심으로 직원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높은 학력 등으로 높은 잠재력을 자랑하는 신입사원을 뽑았다 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업무를 익히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저지르는 실수로 인한 피해는 해당 스타트업이 고스란히 떠 앉아야 한다. 제때 세무 내지 행정 처리를 하지 않아 과징금을 물기도 하고, 협력회사의 업무 공조에 문제가 생겨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영수증 처리, 계약서 보관 등 아주 소소한 업무에서의 실수만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다년간 경력과 경험을 내포하고 있는 직원을 뽑을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회계, 세무, 재무, 법무, 영업 관리, 시설관리 등 업무는 혁신성보다 업무 수행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즉 대졸 신입직원보다 기존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적합한 분야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분야는 스타트업 기업이 활동하는 분야와 무관하게 회사 운영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고유 업무다.

많은 예비창업자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떠올리는 환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친한 대학 친구끼리 자기 집 창고 내지 학교 기숙사에서 창업을 시작해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환상이다. 물론 이러한 경로로 성장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낸 사례를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조차도 실상은 영민한 청년 창업가를 뒤에서 지원했던 보이지 않는 노련한 직원이 숨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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