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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교육비 줄이기 대책은 왜 약발이 안 듣는 걸까 [Weekly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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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정권마다 쏟아지는 대책들 / 성과 거둔 적 찾기 힘들어 / 사교육비 부담에도 불안감 앞선 학부모들 /

세계일보

‘사교육비 줄이기’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잡는 이들마다 정책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과제다. 여러 정권을 거치며 숱한 대책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오죽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을 만들자는 이름의 시민단체까지 생겼을까.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벼르던 문재인정부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3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규모가 19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년(18조7000억원)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7.0%(1만9000원) 증가했다. 1인당 사교육비는 6년 연속 증가하며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줄이기 대책은 왜 약발이 잘 듣지 않는걸까.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학벌주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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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사걱세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도종환 국회의원, ‘교육을바꾸는새힘’과 함께 ‘교육고통 해소를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시안을 제시하고 입학·취업·승진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력·학벌 차별금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백범 교육부차관은 축사에서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의 원인에는 뿌리깊은 학벌주의가 있다”고 진단했다.

학벌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불안감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너도나도 자식을 사교육 시장으로 떠밀게 만든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월 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전국의 만19세 이상~75세 미만의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교육여론조사’를 보자.

유치원·초·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724명)의 88.4%가 자녀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26.6%)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23.7%)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14.8%) △학교 수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14.4%) 순이었다. 여론조사의 결론은 “사교육비가 부담되지만 불안해소 그만둘 수 없다”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수의 불안을 덜어줄 교육 정책이 해법인데 모두가 교육전문가인 우리나라에서 다수가 응원할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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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 운용 과정의 실패도 수두룩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에 나온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방교육재정과 교육지표 추이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정책 실패의 한 원인을 재정 운용의 관점에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교육재정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 역설의 원인을 진단한다.

한경연이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올라온 2013~2017년 자료를 사용해 지방교육재정을 분석한 결과 2013년 약 53조3000억원을 기록했던 지방교육재정 지출액은 2017년 65조6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5.3%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렇지만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13년 22만3000원에서 2017년 28만4000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6.2%에 달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연평균 증가율도 2.2%를 기록했다.

교육재정이 투입이 늘어나면 교육여건이 좋아져 사교육비 지출 감소를 예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결과다. 지방교육재정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완화에 미치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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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은 지방교육재정 세출결산액의 증가율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 고정효과 모형(fixed effect model)에 기반을 둔 회귀분석 등을 사용해 지방교육재정 확대에 따른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완화 효과를 분석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지방교육재정 중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유아 및 초중등교육의 하위 항목에서는 최근 몇 년간 노후 학교설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학교교육여건 개선시설 항목이 연평균 11.0%로 가장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그 다음으로는 교육복지지원이 연평균 8.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교과운영 및 학습활동을 지원하는 교수-학습활동지원에 대한 지출은 연평균 3.0%에 불과했다. 교육복지지원은 누리과정, 급식비 등 무상복지가 크게 확대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감소해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낮은 교수-학습활동에서는 하위 59개 항목 가운데 학교평가관리, 수준별 교육과정운영, 창의인성교육운영, 외국어 교육활동 지원 등을 포함, 25개 항목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교수-학습활동 지원에 대한 예산은 전체 지출액 대비 5.9%에 불과하고 실제 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지만 이에 대한 지출은 감소하고 있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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