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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바른미래당 패스트트랙 스톱…최대 패착은 '권은희 사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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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을 출발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바른미래당이 이번엔 패스트트랙을 스스로 멈춰 세우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6일 열릴 예정이던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가 무산된 데엔 사실상 바른미래당의 철수가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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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이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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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9시 20분쯤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한 사개특위가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문체위 회의실에서 기습적으로 열렸다. 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1명(임재훈)은 일단 참석했다. 이상민 특위 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했고, 표결로 통과(5분의 3 이상 동의)하기 위해선 11명이 필요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국회 인근에서, 지역구로 가려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용산역에서 대기 중이었다. 범여권과 바른미래당의 의지에 따라 공수처법만이라도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의 시작하고 20여분쯤 지나 상황이 돌변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한 임 의원이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왔지만, 거대 양당의 갈등을 보면서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저는 일단 자리를 이석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가서다. 임 의원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민주당 의원들도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뒤이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회의장을 나갔고, 이상민 위원장은 표결 없이 산회를 선포했다. 패스트트랙의 일단 '멈춤'이었다.

가까스로 회의에 참석한 임 의원은 왜 자리를 떴을까. 이에 대해선 "바른미래당 정개특위 위원들의 반발이 사개특위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법을 개편하려는 서로의 요구가 맞아떨어져서다. 공수처법은 사개특위에서, 선거법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한다. 당초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인 김동철·김성식 의원이 선거법 개정에 동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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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공수처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이 권은희 의원에서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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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6일 열릴 예정이던 정개특위에 두 의원은 모두 불참했다. 김동철 의원은 아예 광주로 내려갔다. 김동철 의원 측은 "권은희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사보임되자 김 의원이 크게 화를 내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사개특위의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1일 2사보임'의 초강수를 뒀다.

김성식 의원 역시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던 사람들도 무리한 사보임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표했다"라며 "그런 상황이 작용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 진행이 안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즉 당초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정개특위(선거법)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사개특위(공수처법)만 열려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게 바른미래당으로선 급하지 않게 된 것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의 '권은희 사보임'이 패스트트랙 국면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당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불법 사보임을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며 “야만적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의 대표이고 평소 의회주의자인 의장께서 사보임을 법대로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최민우·유성운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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