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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20년 지사장 경험 살려 벤처 해외진출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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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엔비디아 지사장을 하면서 만났던 대학생·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으로 13년간 근무하며 한국 내 '엔비디아'의 얼굴 역할을 했던 이용덕 드림앤퓨처랩스 대표(56). 최근 지사장직을 그만둔 그가 서울 강남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드림앤퓨처랩스'를 설립한 후 이런 포부를 내걸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실리콘밸리로 넘어갈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꼽히는 엔비디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이번에도 김진아 리빙진 대표, 신승식 블루프린트랩 대표와 함께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로스앤젤레스(LA) 등 해외 판로를 뚫어주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에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머니게임이 아닌 신뢰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표는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13년간 그래픽카드 전문업체 엔비디아의 지사장으로 근무했다. 지사장을 처음 맡을 때 엔비디아는 조그만 GPU 회사였지만 지금은 시가총액 1145억달러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근무하기 전에는 레저리티, 브로드컴에서 지사장을 역임했다. 외국계 기업 지사장으로만 20년간 근무했다. 다음 행선지도 새로운 외국계 기업 '지사장'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일터. 그러나 이 대표는 후배 스타트업 육성의 길을 택했다.

"처음부터 드림앤퓨처랩스를 설립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일대일 멘토링을 해왔던 학생들과 교류하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대표가 외국계 업체 지사장으로 근무하며 그동안 대학 특강이나 기업체 강연으로 만난 멘티가 1만명에 달한다. 처음에는 마케팅 활동으로 강연과 멘토링을 시작했는데 4년 정도 열정을 쏟으니 멘티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 1만명의 멘티가 자발적으로 '용다방'이란 모임을 만들고 1년에 한두 차례 캠프도 독자적으로 열었을 만큼 결속력이 대단했다.

이 대표는 멘티들이 창업하면 공간을 확보해주고 자금도 일부 지원해주면서 경영 조언과 교육을 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드림앤퓨처랩스를 창업했다. '용다방' 멤버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20개를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1월 스타트업 대표들과 1박2일로 엠티를 갔습니다. 앞으로 2028년, 10년 뒤 미래를 보고 3개 팀을 만들어서 비즈 모델을 발표했는데 이때 영감을 받은 게 많았습니다. 엔비디아 지사장을 마치면 스타트업 교육기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고 실행에 옮기게 됐습니다."

사무실을 알아보던 중 이 대표의 뜻에 공감한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산아이앤티 본사 건물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고 여기에 드램앤퓨처랩스가 입주했다. 이 대표는 "드램앤퓨처랩스는 입주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일대일 전화 상담이나 주말 오피스 아워 등을 통해 만난 멘티들에게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부터 신뢰관계가 형성된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며 "믿음과 아낌없는 성원이 가장 큰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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