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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삼성전자 양날개' 반도체·스마트폰 모두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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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삼성전자가 2016년 3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업황 악화에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겹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60% 급감한 6조2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3.4% 감소한 52조3900억원이었다. 2016년 3분기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로 인해 사상 초유의 리콜(자진 회수)을 단행하면서 실적이 급락했던 시기였다. 올 1분기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음에도 실적이 폭락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 바퀴인 스마트폰·반도체 모두 꺾였다

실적 악화의 최대 요인은 영업이익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4.3%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원인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락과 고객사의 주문 급감을 꼽았다. 실제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1분기 동안 각각 37.1%, 12%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쌓아둔 주요 고객사는 신규 주문 대신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미국 아마존에 공급했던 D램 반도체의 품질 불량 문제로 3000억원 상당의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에 전시된 갤럭시S10 시리즈 광고판.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줄어든 6조2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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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10 시리즈 출시로 인해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폰 실적 역시 예상을 밑돌았다. 올 1분기 스마트폰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작년 1분기보다 줄어들었다. 갤럭시S10은 갤럭시S9보다 판매량이 늘었으나 중저가인 갤럭시A·M은 중국 화웨이·오포·비보 같은 기업들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영업손실 56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분기 이후 3년 만의 첫 적자(赤字)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X(텐)S 시리즈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출하량이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TV·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CE) 사업이었다.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8K TV 같은 고가 제품 판매가 늘었고, 의류관리기·건조기 등 신(新)가전 부문도 성장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작년 1분기보다 92.8% 늘어난 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메모리 가격…非메모리가 유일한 성장 동력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이 언제 개선될지 감 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D램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4달러(DDR4 8Gb 기준)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12.28% 떨어졌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하락이다. 가격 반등 시점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2분기 말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2분기 안에 재고 조정이 끝나고 가격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러야 2분기 말로 시점이 늦어진 것이다.

스마트폰도 전망이 밝진 않다. 갤럭시S10 시리즈의 판매 추이가 예상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시리즈가 연간 4000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대박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판매 추이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6일 출시 예정이었던 세계 최초 폴더블(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폰인 갤럭시폴드의 출시 연기도 실적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없이는 상황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는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12년간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30일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해 반도체 분야의 국가 R&D(연구개발)를 확대하고, 연구 인력과 전문 인력을 키워나가겠다"며 "삼성전자의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하락 국면이 계속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성장 동력이 되겠지만, 당장은 실적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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