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300소정이]'한 표'로 시작한 선거제, '한 표'에 발목 잡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the300]사표 막겠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표 무시한 결과는 '참담'

머니투데이

정의당 이정미, 민주평화당 정동영,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부터)가 2018년 12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문제의식은 '한 표'에서 출발했다. 현행 선거제의 문제는 한 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승자독식 제도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당선자가 받은 표만 인정되고 나머지 후보에게 표출된 민의는 무더기 사표가 됐다.

왜곡된 민의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보완해 기존 선거제의 불비례성을 해결하자는 게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주장이다. 물론 4당간의 논의 과정에서 연동의 비율과 의석배분방식 등은 여러 수정을 거쳤다. 하지만 제도도입의 취지는 여전하다.

선거주무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015년 국회에 제출한 개정의견을 통해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국회의원 정수는 기존 300명으로 유지하되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200석)와 비례대표(100석) 비율을 2:1(±5%)범위에서 정하는 내용 등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해 말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무기한 단식을 단행하며 선거제 개혁의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지난해 12월15일 여야5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뒤이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대 330일 안에 지정 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는 제도에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높았다.

머니투데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선거제개편, 공수처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안을 추인했다./사진=이동훈 기자



◇찬성12 대 반대11…'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여야4당은 지난 22일 선거제 개편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 수사권조정 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25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더이상 선거제 개편을 국회에 계류시키기만 할 순 없다는 이유였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지난 23일 이를 위한 비공개 의원표결에 들어갔다. 22일 합의에 대한 추인을 위해서다. 나머지 3당은 만장일치로 패스트트랙을 추인한 데 반해 바른미래당은 진통이 컸다. 4시간여 격론 끝에 1표 차(12대 11)로 겨우 당입장을 정했다. 재적 의원 29 명 중 23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의총을 마치자마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내분은 더 격화됐다. 유승민 의원은 "당의 진로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까지 밝혔다. 한 표에 모든 게 결정되는 선거제를 바꾸겠다고 나선 길이었지만 정작 한 표의 차이를 당입장으로 강행하면서 선거제 개편은 발목이 잡혔다.

머니투데이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신의 사보임 문제와 패스트트랙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두 번의 사보임…불복하는 의원들, 아수라장 국회=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추진을 강행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표차이로 추인된 당입장에 반발은 어쩌면 당연했다. 곧장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보임 카드를 사용했다.

추진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 또한 사임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던 의원들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김삼화 당 수석대변인과 김수민 당 원내대변인도 지도부의 사보임 강행에 반대하며 자리를 내려놨다.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당내 의원들이 모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방에 메시지를 올려 "해명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사보임은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33년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할만큼 여야대치가 극심해졌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당직자들이 총동원돼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아섰고 바른미래당 반대파들도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29일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여야4당 합의안과 별개의 공수처 법안을 추가 발의하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우여곡절 끝에 29·30일 각각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 관련법안과 공직선거법이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제 최대 330일동안 치열한 설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패스트트랙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머니투데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을 지키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조준영 기자 ch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