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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비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 알쏭달쏭한 반도체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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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사진은 미국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제품. 삼성전자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D램 제품(아래).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 세계 1위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2030년에는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은 '비메모리 대규모 투자'와 같은 식으로 기사를 썼다.

전문가들도 헛갈릴 정도로 복잡하게 쓰이는 반도체 용어를 정리해봤다. 혼동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①비(非)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메모리가 아닌 반도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반도체=메모리 반도체'라는 생각이 워낙 많이 퍼져 있기 때문에, '메모리'를 기준에 놓고 나머지를 모두 비메모리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비메모리'란 단어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반도체 분류 용어다. 메모리(memory·기억)는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주로 하는 데 비해, 비메모리는 주로 연산 작업을 하는 전자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한다. PC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세탁기·냉장고·밥솥과 같은 모든 전자 기기에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예컨대 밥솥이 취사 온도를 조절하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취사를 멈추는데 이를 연산하는 역할도 비메모리 반도체가 맡는다.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표현 대신, ②시스템반도체라는 단어도 많이 쓴다. 주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쓰는 단어로, 이 역시도 해외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뜻은 비메모리와 거의 같다. 시스템반도체와 혼동해 ③시스템LSI(large scale integration·대용량 집적회로)'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정확하게는 좀 다른 개념이다.

시스템LSI는 하나의 작은 칩에 수만개의 회로가 몰려 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시스템반도체가 시스템LSI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 쓰이는 용어는 ④로직 칩(Logic Chip·논리 칩)이다. 논리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란 뜻이다. 이날 삼성의 투자 소식을 전하는 블룸버그와 같은 외신은 모두 '로직 칩'이란 표현을 썼다.

이 시장의 강자는 인텔이다. PC의 두뇌인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칩 세계 1위다. 로직 칩 분야는 이렇게 전자제품별로 1위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의 통신칩 시장을 장악한 퀄컴은 반도체 설계만 하고 제조는 하지 않는다. 이런 반도체 기업을 별도로 ⑤팹리스(Fabless·공장이 없다는 뜻)라고도 부른다.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부담을 지지 않는 대신, 연구·개발(R&D)을 통해 똑똑한 비메모리를 만드는 데 올인(다 걸기)하는 회사들이다. 사실 애플도 팹리스로 분류된다.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설계도를 그린 뒤, 제조는 다른 곳에 맡긴다.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 계획에서 큰 비중을 둔 ⑥파운드리(foundry)는 이런 팹리스 회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한다. 반도체 설계 도면을 받아, 그대로 생산해 납품하는 것이다. 원래 파운드리는 금속이나 유리를 녹여서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란 뜻이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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