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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佛 '노란조끼' 촉발 여성 인터뷰 "마크롱 식탁 엎으랬더니 식탁보만 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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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도 충돌…6개월 시위 이어지는 배경

SNS 영상 올렸던 52세 자클린 무로 인터뷰

"돌풍처럼 뽑아주니 부유세 없애 실망 안겨

프랑스서 사회적 상승 더이상 존재 안 해

중산층 겨냥 정책만 발표, 선거 전략일 뿐

노란 조끼 시위대 마크롱의 '머리'만 원해"

무정부주의 단체까지 가세한 폭력엔 반대

중앙일보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자클린 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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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최소 15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예년에는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시위가 열렸는데, 올해는 반정부 성향의 ‘노란 조끼' 시위대가 더해졌다. ‘블랙 블록'으로 불리는 무정부주의 단체까지 합세했다.

일부 시위대가 상점의 유리를 부수고 돌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다. 380명이 체포되고 경찰 14명을 포함해 38명이 다쳤다고 BBC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대폭 감면 등을 제시했지만 노란 조끼 시위는 잦아들 기미가 없다. 벌써 6개월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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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지난 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시위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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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 몇 차례 양보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소용이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10월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자클린 무로(52)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무로는 “마크롱은 테이블을 뒤엎어야 하는데, 테이블보만 갈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인터뷰에서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발표한 내용은 나중에 정부가 실행하지도 않을 정책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목록만 나열한 느낌"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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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대한 비판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했다는 평을 듣는 자클린 무로 [자클린 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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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는 노란 조끼 시위의 배경은 심각한 양극화라며 “프랑스에서 사회적 상승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이 돌풍처럼 등장했지만, 지지자들은 곧바로 실망해야 했다"며 "부유세를 없애 부자들을 즐겁게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로는 “노란 조끼는 마크롱 대통령의 ‘머리'를 원한다"고 말해 시위대의 목표가 대통령의 퇴진임을 밝혔다. 다음은 문답.

-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수습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동의를 얻기 힘들고 불만 여론도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만 내놓고 있는데, 5월 하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전략일 뿐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불신이 극에 달해 있어 마크롱의 제안이 상황을 뒤집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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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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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롱 대통령은 실업률을 낮추고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데.

“마크롱은 더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이들의 지지를 받아 돌풍처럼 집권했다. 하지만 부유세부터 없앴다. 결과적으로 부자들은 계속 부유해지고 가난한 이들은 계속 가난해지게 됐다. 이 정책은 계속할 수 없다. 마크롱은 국민을 경멸하는 듯한 언어를 쓰기도 해 프랑스인 한 사람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문제인데, 프랑스는 어떤 상황이길래 반발이 이렇게 심한가.

“프랑스도 그 파열을 피하지 못했다. 수년에 걸쳐 간극은 넓어져 왔고, 지금은 극복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프랑스에서 사회적 상승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과도한 소비 사회가 자연과 동물, 사람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삶을 압도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이를 보완할 개혁이 시급하지만, 싫어하는 이들을 의식해 아무도 그런 개혁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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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 단체로 알려진 '블랙 블록'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노동절 시위에서 경찰이 설치한 안전망을 당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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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인물로 꼽히는데, 6개월째인 시위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위의 단초는 유류세 인상이었다. 내가 "마크롱이 운전자들을 스토킹한다"고 SNS에 올린 영상이 600만번 이상 조회됐다. 현재 시위는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노란 조끼 시위대는 오로지 마크롱 대통령의 ‘머리'를 요구하고 있다. 노란 조끼 시위는 세금 문제에서 출발해 타락하는 모든 것에 대한 증오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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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 현수막에 '하루 동안 10억 유로! 집 없는 사람에게는 제로(0유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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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갑부들이 재건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것을 놓고도 노란 조끼 등 일부에서 비난이 나왔는데.

“화재 이후 프랑스인은 얼마나 역사적인 상징에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우리의 기억이 화마에 사라져 가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 많은 이들이 형편에 맞게 기부에 나섰고, 부자들이 거액을 냈다. 세제 혜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기부자들은 그런 혜택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공 기부와 후원금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부는 돌을 위해선 엄청난 돈을 내면서 (부자들이)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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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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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조끼 시위대 일부는 점포를 부수고 약탈하는 등 폭력을 저지른다.

“시위 시작 무렵부터 나는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과 거리를 둬왔다. '주장은 OK!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은 NO!'가 내 구호다. 거리나 SNS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노동절 시위에서도 블랙 블록으로 대표되는 악성 집단과 연결된 폭력 양상이 나타났다. 이런 집단이 외국에서 올 때도 있는데, 나는 건설적인 요구를 하자는 입장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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