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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강원산불 한달] ④ 잿더미 위에 빚더미 올릴 판…현실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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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과 피해민 요구 큰 차이…정확한 조사체계 마련 시급

전국에서 모인 온정 476억원…자원봉사 물결 1만3천 명 몰려 '훈훈'

연합뉴스

잔인한 속초의 봄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한 달 전 강원 동해안 4개 시·군과 인제지역을 집어삼킨 대형산불은 총 3명의 사상자와 1천291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특히 주택이나 식당, 공장 등 주거와 생업에 밀접한 시설이 큰 피해를 봤다.

정부는 이재민의 주거안정과 생업 재개를 최우선으로 한 복구계획을 세우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심의를 통해 복구비 1천853억원을 확정했다.

이 중 주택 피해복구에는 전파(全破) 3천만원, 반파(半破) 1천500만원, 세입자 1천만원 등 173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주택 전파를 기준으로 성금으로 지원하는 3천만원과 정부에서 주는 주거 지원 보조비 1천300만원, 강원도의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가구당 6천만원 안팎이 지원될 전망이다.

정부는 신속한 복구와 주민지원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주민들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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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산불피해 접수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장현 고성산불비대위원장은 "주택 전파에 따른 대책비가 기존 1천300만원에서 크게 올랐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며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보다는 구체적인 복구계획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원 대책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정부와 피해민의 입장을 좁히려면 정확한 피해액 산정을 위한 조사체계와 소통창구 마련이 시급하다.

주민들은 '소통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으며 "누구는 집이 전파되고, 누구는 반파가 됐는데 피해신고서에 써낸 대로 인정을 받는 것인지, 보상금이 언제 어떻게 들어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이나 투명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집이 전파됐다는 최모(65·고성군 토성면 인흥2리)씨는 "지원이나 보상을 두고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답답해하며 "일단 급하니까 받고 보지만, 다 들어오고 난 뒤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와 함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조사단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불분명한 피해액과 복구비 산정으로 부실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이재민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특별조사단과 함께 정확한 피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제도와 손해사정제도 도입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강원도는 한국전력, 이재민 대표, 손해사정인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 피해민들이 최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산불로 집을 잃었을 경우 최대 6천만원가량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국민 성금과 지자체 추가 지원금을 빼고 제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1천300만원이다.

현행 정부 기준에는 자연·사회적 재난 모두 주택 전파 1천300만원, 반파 650만원을 지원해 실질적인 필요에는 부족한 실정으로, 현실에 맞는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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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식당 삼킨 불길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주택복구와 함께 소상공인·중소기업 피해 지원 대책도 내놓았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 169명이 585억원의 재산피해를 신고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피해를 빠르게 수습하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각 2천만원을 지원한다.

피해 중소기업에 업체당 최대 10억원의 저리 자금을, 소상공인에게는 최대 2억원의 긴급경영 안정자금을 확대 지원하고 제품창고와 사무공간 등도 컨테이너를 임차해 제공한다.

법인세·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등의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고 사업용 자산을 20% 이상 상실한 경우 소득세·법인세 공제를 해주는 등 세제 지원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상인과 기업인들은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고성지역에서 수산물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곽철신(54)씨는 "직원 40여 명 규모의 공장이 화재로 완전히 멈췄다"며 "피해 신고액만 120억원인데 지원금 2천만원은 그저 위로금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출 한도나 거치 기간 등을 충분히 늘려줘 지역의 여러 중소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산불을 통해 나타난 정부와 피해민 사이의 틈은 '지원'과 '보상'이라는 입장 차이에서 나온다.

정부는 이재민과 소상공인, 기업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본 피해에 맞는 '보상금'으로 생각하는 까닭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 기준이 주저앉은 이재민들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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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지역에 돕는 자원봉사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1만3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강원도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산불 진화, 이재민 급식 지원, 구호 물품 분류와 운반, 피해가구 잔존물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보탰다.

정부는 이재민 구호와 복구 등에 자원봉사자들이 중복이나 혼선 없이 활약할 수 있도록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운영했다.

또 전국에서 보내온 성금도 지난달 30일까지 총 476억원이 모였다.

전액 피해 주민을 위해 쓰이며 전국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등 모집기관과 강원도가 배분항목과 지급기준을 통일해 성금을 중복·누락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산불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을 응원하는 편지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상장 등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가 소방서에 쏟아졌다.

춘천의 한 닭갈비업체는 전라남도 해남에서부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밤새 달려와 준 소방관들에게 감사하다며 닭갈비 27인분을 보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인천시에 사는 최광우(47)씨는 산불 당시 이재민들의 처참한 모습을 TV를 통해 접한 뒤 지인들로부터 받은 막내아들 돌반지 5개와 팔찌 1개를 "산불피해 지역에 써달라"는 편지와 함께 속초시청에 기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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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피해 돕기, 돌반지-손편지 보내온 기부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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