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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태안서 보물찾기… 꽃 보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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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품은 안면암… 조계종 금산사의 말사 / 바다 가로질러 여우섬까지 부표로 연결 / 수려한 풍광 입소문… 버킷리스트에 ‘찜’

세계일보

안면암 전경. 안면도 해변가에 지은 절이다.
충남 태안을 다녀왔다. 태안 하면 흔히 안면도에다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격렬비열도 등 이미 알려진 곳이 많다.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섬 얘기와 풍경을 만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알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인 등대지기가 외롭게 섬을 지키는 옹도, 갈매기들의 천국인 난도, 바다에서 찾은 고려의 보물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을 둘러봤다. 무엇보다 엄청난 수의 갈매기 합창을 들으며 서해의 시원스러운 파도를 가르는 경험이나 1000년을 넘게 바다 펄 속에 갇혀 있다 모습을 드러낸 청자 연꽃 줄기 무늬 매병 등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갈 때마다 지루하지 않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섬과 바다, 인생 샷 스폿이 있는 지역이 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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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의 천국 난도.


◆충남 유일의 유인등대섬 옹도와 괭이갈매기 천국 난도

태안 안흥신항(신진도)에서 모처럼 배를 탔다. 12㎞ 떨어진 섬으로 모양이 옹기 같다고 해서 옹도로 불린다. 충남에는 수백개의 섬이 있으나 등대섬으로는 유일하게 유인섬이라고 한다. 섬 곳곳에 옹도를 상징하는 옹기 조형물이 많다. 이곳에는 등대를 지키는 등대원만이 살고 있다. 어릴 적 많이 듣던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멈추는 작은 섬’, 바로 그 ‘등대지기’의 섬이다. 1907년 옹도 등대가 세워지고 100여 년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등대의 불빛은 35~40㎞ 거리에서도 육안 식별이 가능하며 주로 대산, 평택, 인천항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서해안 항로를 따라 이곳을 거쳐 지나간다.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다. 2013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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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바다를 밝히는 등대가 있는 유인섬 옹도.


섬 동쪽으로는 단도와 가의도, 목개도, 정족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난도, 궁시도, 병풍도, 격렬비열도가 장관을 이룬다. 선착장을 따라 등대로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붉은 동백이 만개해 방문객의 휴대전화를 누르게 한다. 오가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사자바위 거북바위 등 생김새가 각각인 섬들을 감상하는 것은 여행의 덤이다.

옹도를 빠져나와 향한 곳은 난도(卵島·일명 알섬)다. 섬 전체가 온통 갈매기다. 경남 홍도와 함께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로 알려진 난도에는 수만의 갈매기들이 산다.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334호로 지정돼 있다. 입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섬에서 떨어져 뱃전에서 이들의 군무를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4월 말부터 번식기를 맞아 이곳에 모여드는 괭이갈매기는 5월 말쯤에 이르러 그 수가 절정에 이르는데 많을 때는 무려 2만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이 섬을 찾아온다고 한다. 이렇게 몰려든 갈매기들은 이달 말부터 산란을 시작하여 6월 말까지 번식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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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넘게 펄 속에 잠들어 있다 발굴된 고려시대 유물들.


◆해양유물의 보고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근흥면 신진대교길에는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도 가볼 만하다. 우리나라 해양유물 10만여 점 중 무려 2만5000여 점이 이곳에 있다. 2007년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태안선과 마도 1~4호선 등 태안 앞바다에서 출토된 1100년 전의 고려시대 유물과 조선시대 유물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2007년 5월 18일 태안어부 김용철씨가 청자를 잡아 올린 주꾸미를 건져내면서 해저유물 발굴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2007년 5월 30일부터 긴급 탐사에 돌입한 결과 같은 해 7월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태안선을 발견, 이곳에서 2만5000여 점의 유물과 인골이 발견됐다. 이어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마도 1~4호선 발굴이 이어지면서 태안 앞바다가 수중유물문화재 보고로서 자리매김했다. 수중발굴은 서해에서 주로 이뤄졌다. 서해 연안에 형성된 조운로(漕運路)가 근간이다. 조운이란 배를 이용해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으로 운송하는 체계다. 조운로는 민간선이나 사신선 등 다양한 배가 오가는 항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해는 복잡한 해저 지형과 연중 안개가 끼는 기후 영향으로 늘 침몰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었고, 실제 수많은 배가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서해에 발달한 개흙이 배와 유물을 덮어줘 침몰 당시 모습 그대로 간직돼 있다 수중발굴을 통해 ‘보물’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서해바다는 ‘수중고고학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다. 전시관에는 당시 볍씨, 청동숟가락, 나무 빗, 목제 국자 등 생활유물뿐 아니라 청자모란 연꽃 무늬 주전자, 청자모란 무늬 베개 등 진기한 고려유물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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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좋은 안면암. 안면암 앞에서 여우섬까지 부표로 연결되어 바다 위를 걸어 섬까지 갈 수 있다.


◆풍광이 좋은 안면암과 서해안을 지킨 안흥성

바다를 가로질러 닿을 수 있는 섬이 있다. 안면암 앞에서 여우섬까지 부표로 연결되어 바다 위를 걸어 섬까지 갈 수 있다. 부표 위에 목재를 덧대어 만든 다리 위를 걸어 여우섬까지 간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안면암의 풍광은 또 다르다. 안면암은 대한불교조계종 금산사의 말사다. 법주사 주지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등을 지낸 지명 스님을 따르던 신도들이 1998년 안면도 해변가에 지은 절이다. 창건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경관이 소문 나면서 사진동호인 등이 몰리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절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이 빼어나다. 3층으로 지어진 안면암은 계단으로 이어진 법당이 극락보전, 비로전, 나한전으로 연결된다. 법당 앞에 서서 바다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삼성각과 용왕각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무량수전과 신중단의 돌탱화를 비롯해 다양한 탱화도 볼 수 있다. 법당을 둘러싸고 있는 야외공간에는 다양한 크기의 불상과 불탑이 있다.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의 뒷산에 위치한 안흥성은 조선조 제17대 효종 6년인 1655년에 축성된 석성(石城)으로 둘레 1568m, 높이 3.5m다.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성을 쌓았으며, 안흥진성이라고도 한다. 안흥성은 이후 240년간 내려오다 고종 31년(1894) 동학혁명 때 성내의 건물이 일부 불타 없어졌다. 현재 성곽과 동서남북 4개의 성문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 있으며 성의 윤곽으로 보아 규모가 큰 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76년 1월 8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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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아름다원 정원 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 끝자락인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독일계 미국인 고 민병갈 설립자가 40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나무심기를 시작한 수목원은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 제한적으로만 입장을 허용하다가 2009년 일부 지역이 일반에 공개됐다. 특히 밀러가든(Miller Garden)은 천리포수목원 내 총 7개의 관리 지역 중 첫 번째 정원으로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했다.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수목원 산책과 동시에 청량한 파도와 고운 모래펄이 펼쳐진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목원 내 노을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 위한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수목원 곳곳에 다양한 수종의 동백, 호랑가시나무, 목련을 비롯해 이국적인 수목 등 1만5000종의 꽃과 나무가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용식 원장은 “나무에게 주인 행세를 하지 않기에 나무가 행복하고 나무가 행복하기에 더불어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한다”며 “공익재단법원으로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멸종 위기의 식물보전과 식물수집, 전시원 보완 조성에 쓰이는 만큼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병술만어촌체험마을도 가볼 만하다. 꽃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병술만어촌체험마을은 갯벌 생태체험과 바다낚시체험 등 다양한 어촌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미리 그물을 설치해 놓고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잡는 건간망 체험도 할 수 있다. 숲과 아름다운 오솔길이 있는 마을로 해변에 데크가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해안가를 둘러볼 수 있다. 병술만 마을은 고려시대 원나라에 대항했던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충남 아산만 영흥도를 지나 수개월 동안 주둔했던 곳이다. 당시 고려는 원종 11년(1279)에 몽골과 화해하고 송도로 수도를 옮기게 되는데, 삼별초 지휘관인 배중손이 이에 불응하고 왕족인 ‘승화후온’을 왕으로 추대해 무인 정권을 수립하고 병술만에 주둔하게 된다. 그때 병술만 주변은 발검배(拔檢·검을 뽑다), 목축곡(牧畜谷·말을 기르는 계곡), 망재(망을 보는 언덕), 둔두리(屯頭理·부대의 진을 친 곳), 병술안(兵術岸·군사 훈련장), 들마당, 줄밭머리 등의 지명을 갖게 되었고, 이때 병술안에서 유래해서 지금의 병술만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안=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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