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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협상 다시 안갯속…8개월 전 파행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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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위협에 中 협상 취소 검토 최대압박 안통하면 새판짜기 나설수도 일단 결렬 뒤 협상 재개 가능성도 제기

아주경제


타결 직전으로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위협에 중국이 협상 취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다.

8개월 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당시 과세 부과와 협상 취소는 현실화했다.

이번에도 트럼트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사태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무역협상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치킨 게임'이 될 지, 협상의 '새판 짜기'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틀 남은 워싱턴 협상 전까지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트럼프의 '뜬금포', 당황한 中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릴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6일 중국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의 진척이 더딘 데 불만을 토로하며 오는 10일부터 관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325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5월 초 협상 타결, 5월 말 또는 6월 초 미·중 정상회담 개최라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던 시점에 나온 폭탄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트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에 중국 관료들이 놀랐다"며 "오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재개될 예정이던 무역협상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BC 방송도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미국 방문단의 파견 계획이 취소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합의 전 최대 압박? 협상 새판 짜기?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합의안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지난해 부과한 관세 중 일부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철회하되, 500억 달러어치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율 25%는 존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모든 관세의 일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의 수정·폐기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누더기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가 커지자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5월 중 무역전쟁 이슈를 일단락 짓고 6월부터 한국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 대외 행보에 나서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꼭 필요하지만 굴욕적인 합의는 중국 수뇌부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목에 칼 겨눈 상대와 협상 없다"…파행 불가피론

무역협상의 향방을 가늠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이틀이다.

8일부터 시작되는 워싱턴 담판 전까지 중국이 추가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무역협상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의 협상 취소-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무역협상 파행'의 시나리오가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8개월 전에도 유사한 광경이 벌어졌다.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해 9월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중국은 같은 달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협상을 취소했다.

실무급 협상을 이끌던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규모 무역 제한 조치는 다른 이의 목에 칼을 겨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후 무역협상은 12월 트럼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동이 성사되기 전까지 2개월 넘게 중단됐다.

이번에도 중국 내에서 강경론이 비등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트위터에 "류허 부총리가 이번주에 미국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도록 둬라. 언제 무역협상이 재개될 지 지켜보자"는 글을 남겼다.

양시위(楊希雨) 중국 국제문제연구원(CIIS) 주임은 "담판이 결렬되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이재호 qingq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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