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더뎌…10일 2000억달러 물품 25%로 올리고 곧 나머지에도 부과”
중국, 8·9일 워싱턴 회담 진행 여부 확답 안해…향후 협상 전망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의 느린 진행에 불만을 표시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돌발 발언으로 막바지에 접어든 미·중 무역협상이 위기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은 500억달러어치의 하이테크에 25%, 20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상품에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왔다”며 “금요일(10일)에 10%가 25%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3250억달러의 추가 상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지만, 곧 25%가 부과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안된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9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0%의 관세를 오는 10일부터 25%로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3250억달러 규모인 나머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그는 6일에도 “우리는 매년 대중국 무역에서 5000억달러를 잃는다”며 “미안하지만 더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중 간 휴전을 끝내고 무역전쟁을 재개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미국 협상 대표단의 지난주 베이징 방문에 이어,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8~9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10일쯤 합의안이 발표되면서 협상도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무역협상을 앞두고 추가 관세 카드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특유의 압박 전술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무역협상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기념비적인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막판 협상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수를 들고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요구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며 “상호 존중의 기초 아래 호혜 공영의 합의를 달성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중국 당국자들이 놀랐으며 중국은 이번주 협상 일정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대표단은 당초 6일 워싱턴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었다고 한다. 겅 대변인은 “대표단이 미국에 가서 무역협상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을 예정대로 할지, 늦추거나 취소할지 등 세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추가 관세 카드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무역협상 전망도 엇갈린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보언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위협일 가능성도 크다”면서 “그(트럼프 대통령)가 패를 잡기 위해 강하게 대응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타이후이 JP모건 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수석 시장전략가는 “중국은 만약에 미국이 그들이 원하지 않는 협상 전술을 쓰면 그냥 가버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