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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CEO LOUNGE]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 | 실적 개선·경영권 방어·상속세…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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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75년생/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 2014년 한진칼 대표이사/ 2016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2017년 대한항공 사장(현)/ 2019년 4월 한진그룹 회장(한진칼 대표이사, 현)


“예상보다 조기 등판한 만큼 경영권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 “대한항공 등 핵심 계열사 실적을 회복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44) 취임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그룹 회장 자리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전격 취임했다. 한진그룹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했지만 경영권 방어, 상속세 납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한진칼은 지난 4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등을 거느린 한진그룹 지주사. 조 신임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장과 한진그룹 회장직을 동시에 수행한다.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한진칼 이사회는 “별세한 조양호 회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조 신임 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해 “선대 회장 경영이념을 계승해 한진그룹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현장 중심 경영과 소통경영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별도 취임 행사는 하지 않았다.

조 회장 등판은 선친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故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지 4개월 만인 2003년 2월 故 조양호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승계를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경영권 안정을 위해 조 회장이 조기 등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신임 회장은 인하대,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3년 8월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뒤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 시절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신종플루 여파에도 여객사업 성장세를 이끌어 2010년 대한항공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을 주도했다. 2013년 8월에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설립,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대한항공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해 5월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출범시켜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불황에도 지난해 대한항공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조 신임 회장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는 오는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가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의 UN(국제연합)’으로 불리는 IATA는 전 세계 항공사 최고경영진과 항공 관련 업계 종사자 1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세계 항공 교통량의 80% 이상이 IATA 회원사로부터 나오고 전 세계 항공사 요금을 결정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하다. 조 회장이 IATA 연차 총회 의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통해 대내외 위상을 높일지 관심이 쏠린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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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업문화 개선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5월 1일부터 연중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하계 기간에 노타이 근무를 시행해왔지만 연중 노타이 근무 방침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이 리더십 공백을 깨고 서둘러 ‘3세 경영’ 시대를 열었지만 조원태 회장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일단 그룹 승계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것이 제일 걸림돌이다. 그룹이 혼란을 겪는 사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도 악재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 한진칼 →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등 자회사 → 손자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비롯해 한진 22.19%, 진에어 60%, 정석기업 48.27% 등을 보유했다. 문제는 한진칼에 집중된 지배구조 탓에 한진칼 경영권을 뺏길 경우 그룹 계열사 경영권이 줄줄이 넘어갈 우려가 크다는 것.

▶대한항공 실적 부진 변수

조원태 신임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정작 한진칼 지분은 2.34%에 그친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故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보통주 기준)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가치는 3800억원 수준(4월 25일 종가 3만6000원 기준). 최고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상속세 규모만 20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워낙 금액이 큰 만큼 조원태 회장 측이 상속세를 수년간 나눠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속세의 경우 5년간 연부연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년 400억원가량 세금을 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매년 받는 급여에 배당금을 합쳐도 상속세를 부담하기에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상속세 납부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KCGI의 공격이다. 한진칼 2대 주주 KCGI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전후로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해왔다.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4월 8일 이후에도 수차례 지분을 사들였다. KCGI 지분율은 어느새 14.98%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KCGI 측은 한진 오너 일가를 견제하기 위해 우호 세력 확보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KCGI가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을 계속 공격할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 분위기다.

머지않아 故 조양호 회장 자녀 간 경영권 분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앞에 밝힌 대로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34%에 그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와 별 차이가 없다. 조양호 회장 장례가 끝난 후 한진 일가는 가족회의를 열고 조원태 회장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가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 인식이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온 대한항공 실적이 불안하다는 점도 변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12조655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674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항공사 비용 중 30%가량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급증한 데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LCC(저비용항공사)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온 때문이다. 올해도 실적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은 화물 부진, 외화환산손실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조원태 회장이 제시한 올해 매출 13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40대 젊은 총수로서 한진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조원태 회장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KCGI가 노골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다 상속세 문제도 골치 아픈 만큼 한진그룹 경영이 안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재계의 한결같은 시선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2019.05.08~2019.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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