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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레이더P]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반발하고 경찰 반박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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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법안과 공수처 법안이 정치권 내에서 논란이라면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정치권 밖에서 논란이다. 지난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해외에서 입장문을 내고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자 경찰도 입장문을 통해 반박하면서 이제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가고 있다.

매일경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게양된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해외 순방 중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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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휘권 폐지되고 경찰에 일부 수사권·종결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2개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핵심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조항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다. 검찰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또 나머지 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다.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게 돼 수사할 수 있고, 종결권도 함께 갖게 되기 때문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대신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하면 검찰이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하게 되면 검찰이 이에 대한 시정조치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과 경찰이 가장 강하게 충돌하는 부분이 바로 검찰의 수사지휘권 삭제와 경찰의 수사권,종결권이다. 검찰은 법이 개정되면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법안에 나오는 검찰의 권한만으로도 검찰의 사후 수사 통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검찰총장 "수사권·정보권 결합돼 독점적 권능"

문 총장은 1일 입장문에서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일정을 앞당기고 4일 조기 귀국한 문 총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국가의 수사 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퇴 등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총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때도 "경찰이 국내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까지 해제하게 되면 경찰 권력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의 역할은 경찰의 수사가 적절한지 살피는 것인데, 지휘권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검사, 영장청구로 수사 개입…보완 요구권도"

경찰은 반박에 나섰다. 경찰청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수사권의 비대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경찰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 통제 방안을 강화했다"며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 및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의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반박했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와 시정조치도 요구할 수 있는데다 직무배제나 징계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권이 절대 비대해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공개적으로 입장 표시는 하지 않고 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민 청장은 지난 1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충실하게 실현되는 형사사법체계로의 개혁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한 바 있다.


여당 지도부, 검찰에 불쾌…일부 이견 존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법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다.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1일 SNS에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어진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경찰의 경우 국내정보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이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 1차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과거 국정원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준 것과 다름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조 의원뿐만 아니라 우리 당의 공수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당연히 다른 의견이 있었다"며 "민주정당에서 당연히 있을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견까지도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토론을 해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무일 총장의 반발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르는 절차 자체를 검찰이 부정하는 것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국회 논의 과정 치열 전망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이 상당히 치열할 수 있다.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데다 법안을 논의할 여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충돌까지 할 정도로 의견차가 컸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사법부 장악 의도'라고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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