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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란 로하니 대통령 ‘핵합의’ 일부 파기 선언, 유럽국 압박 속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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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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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이란 핵합의 내용을 일부 파기하고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8일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이다. 하지만 전면 핵개발은 아니며 여전히 유럽국과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은 핵합의 이행 수준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겠다”면서 “초과분의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한 규정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합의에 따라 동결한 이란 내 원심분리기 생산을 부분적으로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실시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맺어진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2030년까지 3.67%까지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고, 최대 보유량도 300㎏으로 제한됐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다. 로하니 대통령은 “농축 우라늄은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이란이 보유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핵개발 재개 발표는 핵합의 26조와 36조에 따른 것이다. 이들 조항은 상대 당사국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합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 관련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이란 제재를 복원하고, 지난 3일 민수용 우라늄 저농축, 중수로 생산 활동까지 제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합의 당사국인 프랑스·독일·영국·중국·러시아 정상에 서한을 보내 핵합의 일부 철회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핵합의를 탈퇴해 전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핵합의 당사국들이 미국의 핵합의 탈퇴·이란 제재 복원 이전 상황으로 돌려놓는 조치를 60일 이내로 내놓지 않을 경우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란 정부의 유럽국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로하니 대통령이 유럽국에 트럼프 정부의 제재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이란과 석유 거래 등을 통해 핵합의를 지켜낼 지 양자택일을 통보했다고 평가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우리가 택한 길은 전쟁이 아닌 외교의 길이다”면서 “60일 이내로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핵합의에 따라 동결시킨 아락 원자로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독일·영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 우회거래를 돕는 특수목적 법인 인스텍스를 지난 1월 설립했다. 하지만 이란의 유럽국에서의 반체제인사 암살 등 테러를 이유로 인스텍스 가동을 머뭇거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서구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믿을 만한 나라가 못 된다”고 말하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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