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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란, 서방과의 核합의 일부 이행 중단"…핵개발 ‘점진적 재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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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核개발 재개 선언…합의틀안 ‘점진적 재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가 1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이란이 8일(현지 시각) 서양 국가와 맺은 핵 합의 이행 일부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원유 금수 조치와 전방위 제재에 다시 핵을 개발하는 것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9년 5월 8일 이란 국영 TV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란 핵합의’ 이행 일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TV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고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이란은 핵합의에서 이란이 약속한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자국에 주재하는 핵합의 서명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대사에게 이런 핵합의 이행 축소와 관련된 법적, 기술적 내용을 담은 상세한 서한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란 국영 TV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란은 ‘합의’를 축소할 예정이지만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도 "이란이 2015년 다른 6개국과 체결한 핵 합의 내용을 ‘일부 철회(partially withdraw)’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지 주재 핵합의 당사국 대사들이 받은 서한에는 구체적인 합의 이행 중단 계획이나 재개할 핵 개발 활동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이 발송한 서한에는 "핵합의 붕괴는 이란과 국제사회에 위험이며, 이란이 더이상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다른 나라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담겼다. 이 밖에도 "이란은 지난 1년 간 자제력을 발휘해왔지만, 다른 당사국들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 이란도 일부를 철회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개발 활동 재개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핵합의 전격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과 달리 핵합의 26조, 36조의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이란을 비롯한 핵합의 서명국이 상대가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고 최종 결론을 내는 절차를 담았다.

IRNA통신은 "이란은 (향후) 두 달간 두 단계에 걸쳐 핵합의 의무 이행을 감축할 것"이라며 "은행 거래와 원유 수출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기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이란의 요구"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겠다고 이란에 약속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핵합의 서명국들과 EU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EU 등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유럽 기업이 이란과 교역할 수 있는 전담회사를 설립했지만 사실상 공전 상태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은 이란에 한 경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유럽이 60일 안에 이란과 협상해 핵합의에서 약속한 금융과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고농도의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압박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정한 60일은 핵합의(26조, 36조)에서 정한 이의 제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체결된 핵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2030년까지 3.67%까지의 저농도로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으며, 보유량도 최대 300㎏이 상한이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다. 그간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이 한도를 벗어난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러시아, 오만에 반출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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