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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란, 우라늄 고농축·플루토늄 카드 거론…美와 정면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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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최후의 60일 협상' 결렬시 우라늄 농축도 상향 경고

미-이란 깊은 불신에 '역사적 외교' 붕괴 위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핵합의(JCPOA) 탈퇴 1년을 맞아 이란 정부도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어기는 강수를 내놨다.

당장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을 재개하진 않겠지만 핵합의가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깨고 이란을 압박해 '새롭고 포괄적인' 핵합의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란에 대한 불신으로 역사적 핵합의를 철회한 미국에 대응해 이란도 미국에 '불신'으로 답한 셈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8일 오전 생방송 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년간 이란은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했다"라면서 "핵합의에서 정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2030년까지 농도 3.67%까지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고, 보유량도 최대 300㎏이 상한이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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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늄 생산이 쉬운 중수로의 감속재, 냉각제로 쓰이는 중수의 생산 한도량은 130t으로 제한받고 있다.

그간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이 한도를 벗어난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러시아, 오만에 반출했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기별로 확인했다.

서방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과 중수 보유 한도량을 제한한 것은 이란이 핵합의를 몰래 어기기로 할 경우 핵무기를 완성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break-out time)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2015년 7월 핵합의 타결 당시 미국은 이란의 핵프로그램 제한으로 이 시간이 최소 1년 반으로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초과분을 외국으로 보내지 않고 국내에 저장하겠다고 한 조처는 핵합의 위반이지만 미국의 제재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달 3일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 초과분을 외국(러시아, 오만)으로 내보내는 일을 지원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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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 대통령실]



이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란이 핵합의에서 '이탈'하는 방법 가운데 그나마 최소한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왜냐하면 당장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인 고농도 우라늄 농축 카드는 제외하고 우라늄의 농축 농도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늘이 핵합의의 종말이 아니다. 유럽은 60일 안에 우리와 협상해 금융, 원유 수출 등 핵합의에서 약속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라며 마지막 협상 테이블로 유럽을 불러들였다.

이 '최후의 60일' 동안 별다른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으면 핵합의는 타결 4년 만에 사실상 폐기된다.

이란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60일 안으로 유럽과 협상이 실패하면 우라늄 농축도를 올릴 뿐 아니라 아라크 중수로의 현대화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중수로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핵무기의 원료 플루토늄을 바로 획득할 수 있다. 장시간, 첨단 기술이 필요한 우라늄 농축보다 쉽게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라크 중수로는 핵합의에 따라 핵무기 제조에는 부족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의학용으로 설계 변경됐다.

따라서 이 설계변경을 중단한다는 것은 핵무기와 직결된 플루토늄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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