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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란도 核합의 일부 중단 ‘맞불’… 페르시아만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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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폭격기 이란 인근 배치 / 폼페이오 “위협에 대응 위해 왔다” / 訪獨 취소하고 이라크 전격 방문 / 이란 “60일내 핵합의 이행 않을 땐 / 우라늄 농축 등 제약조치 준수 못해” / 트럼프 중동외교 도마에 오를 듯

세계일보

미국과 이란 간 대치가 ‘강 대 강’으로 흐르면서 페르시아만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이란 인근에 급파한 가운데 이란은 핵합의 이행 일부 중단 공식 선언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란이 2015년 서방국가와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4년 만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이란 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핵합의 일방 탈퇴, 중국과의 무역전쟁, 섣부른 시리아 내 미군 철군 선언 등으로 곳곳에서 충돌을 빚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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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아동복지 캠페인 ‘Be Best’(최고가 되라) 1주년 기념행사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 워싱턴=UPI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농축 우라늄 초과분과 중수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저장하겠다”며 “유럽이 60일 안에 핵합의에서 약속한 금융과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핵합의 이후 봉인된 아라크 중수로의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를 통해 당장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핵합의로 중단된 이란의 핵개발 행진이 다시 시작된다는 뜻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핵합의하에서 이란은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농도 3.67% 이하 우라늄만 300㎏ 한도 내에서 비축할 수 있었으며, 아라크 중수로도 핵무기 제조에는 불충분한 양의 플루토늄만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의학용으로 설계 변경이 진행 중이었다.

앞서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과 핵합의를 체결하면서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제재 해제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1년 전 이날 미국이 핵합의에서 탈퇴한 후 각종 제재를 복원하며 경제·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나머지 당사국들도 미국을 의식해 경제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핵합의 부분 미이행’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 1년 동안에도 핵합의를 준수해 왔으나 ‘서방의 거짓 약속에 속아 넘어갔다’는 강경파의 내부 압력에 시달려 왔다.

로하니 대통령은 다만 “오늘이 핵합의의 종말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오늘 선택한 길은 전쟁의 길이 아니라 외교의 길”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관련국 반응은 엇갈렸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이란 핵을 둘러싼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독일·프랑스는 핵합의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이란의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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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왼쪽 사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정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독일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갑자기 취소하고 이라크를 찾았다. 그의 전격적인 이라크 방문은 이란에 대한 경고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NYT는 “오랫동안 대립해 온 국가 간 긴장 고조로 인해 무력충돌의 공포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과 이란의 대리군이 이 지역에서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최근의 뚜렷한 징후 때문에 더 많은 병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미국이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중동 지역에 급파한 것은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에 실어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5000명가량의 미군을 배치해 놓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바그다드에 도착해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 등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고조되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의 방문이었다”며 “이라크 정부에 미국이 이라크 주권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유태영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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