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합의 파기 1년 만에 핵위기
이란 “우라늄 보유한도 안 지킬 것”
“목전에 다가온 공격징후 있었다”
독일 방문 전격 취소, 이라크행
미국 관심·군사력 이란에 집중
북한 비핵화 압박 약해질 수도
반면 미국은 이달 5일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를 미 중부사령부 지역(중동)에 배치한다고 발표해 이란을 향한 무력시위를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8일 이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로써 중동발 핵위기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2015년 7월 14일 6개국(미·영·프·독·러·중)과 이란이 맺은 이란 핵합의는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이란 일촉즉발, 폼페이오 발길 돌렸다
지난달 29일 지중해에서 미 해군이 찍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 모습. 백악관은 5일 이 항모 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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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국은 대이란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백악관이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이란 정부 달러화 구매 금지,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 등의 경제제재를 재개했고, 이달부터는 한국·중국·일본 등 8개국에 적용했던 이란 원유 수입의 예외적 허용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 정부의 돈줄인 오일머니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로하니.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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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위기는 북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과 이란 모두 미국 정부를 향한 메시지는 동일하다. 각각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 4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미국에 경고장을 보냈고, 이란은 8일 핵합의 이행의 일부 중단을 선언하며 우라늄 고농축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북한보다 이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군사도발을 하고도 미국의 칼끝을 피해 가는 상황이 돼 이란으로부터 ‘뜻밖의 도움’을 얻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유럽 순방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예정됐던 독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한 뒤 7일 오후(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나타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라크행을 놓고 “목전에 다가온 (이란의) 공격 징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섞어쏘기’ 도발을 놓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봐주기 발언을 내놨다. 미국이 당장은 북한 때리기보다 이란 조이기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미국 외교에선 중동이 최우선 순위였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란 문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미국이 항모 전단을 중동 해역에 보내면 서태평양에서 북한을 겨냥해 동일한 방식으로 압박하기엔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심과 군사 전력을 이란으로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에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이란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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