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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AI, 시장경제 비효율 없애… 완벽한 자본주의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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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는 인간 문명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간이라는 개념(humanity) 자체를 변화시킬 겁니다. 이것은 물리 법칙처럼 피할 수 없는 미래죠."

아인슈타인을 닮은 흰색 곱슬머리의 노(老)교수는 7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힘 있는 말투로 AI가 바꿔놓을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미치오 카쿠〈사진〉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SAS 글로벌 포럼'에서 본지와 만나 "앞으로 수십 년 후 AI는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서 '공기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그런 미래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AI와 융합(merge)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고도 했다.

조선비즈

미치오 카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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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 교수는 기존 역학과 양자물리학을 하나로 통합해 우주를 설명하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 탄생에 기여한 이론 물리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일본인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하버드대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UC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디스커버리채널과 영국 BBC의 과학 다큐멘터리에 단골로 등장해 스티븐 호킹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하나로 꼽힌다. 10여 권의 미래 예측과 과학 상식에 대한 책을 썼고, 국내에도 7권이 출간되어 있다.

그는 AI가 "인류의 산업과 경제 시스템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동차, 의료, 교육, 군사, 유통, 제조업 등 모든 영역에서 더 빠르고 싸면서도 개개인에게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로봇 변호사나 로봇 의사처럼 인터넷을 통해 쉽고 싸게 이용할 수 있는 AI 기반 전문가 서비스들이 실례다. 카쿠 교수는 "첨단 MRI(자기공명장치)와 AI의 결합은 인간의 생각을 그림이나 3D 프린터를 이용한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면서 "AI로 인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더 놀라운 변화가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완벽한 자본주의(perfect capitalism)'라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 이어진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갉아먹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보의 부족과 불투명성"이라며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그 많은 데이터를 AI가 효율적으로 분석해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그러한 비효율이 점차 사라지면서 시장경제 자체의 속성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가상·강화 현실 기술로 누구나 즉석에서 제품의 가격과 장단점을 파악하고, 유통 과정이나 다른 소비자들의 반응까지 쉽게 알 수 있다. AI가 이러한 정보의 전달과 판단을 도와줄 것이다. 전 세계 수백만 개의 재화와 서비스 중 자신에게 딱 맞는 것만 골라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

AI가 주도하는 완벽한 자본주의에서는 반복적 작업을 하는 노동자나 중개인(middle men)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카쿠 교수는 "과학자·분석가·예술가 등 창조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적 자본가(intellectual capitalist), 변호사·상담사처럼 인간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업, 그리고 목수나 배관공 등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직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래를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할까.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시스템의 혁신에 투자하고, 노동자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무엇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 산업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의 가능성도 예견했다. 외국의 기업이나 인재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와중에 기술과 데이터 도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제적 불안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는 "특히 군사 분야에 AI가 확산하면서 그 긴장감이 높아지고, 안보적 위협까지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과의 무역 전쟁도 이런 큰 틀의 경쟁 구도에서 발생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쿠 교수는 "인간 사회를 진보시키고 부(wealth)를 창출하는 것은 항상 과학이었다"며 "19세기 과학 혁명과 20세기 전기·인터넷 혁명에 이어 21세기에는 AI와 나노 바이오 기술이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댈러스(미국)=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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