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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러시아스캔들ㆍ무역전쟁ㆍ한반도 비핵화ㆍ이란 핵합의… 트럼프 발목 잡는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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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비치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주먹을 치켜올리고 있다. 파나마시티비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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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내년 대선을 겨냥해 방문한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비치 노천강당엔 수천명의 지지자가 운집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피켓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벌써부터 공화당 경선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의회에선 특검 보고서 제출로 일단락되기를 바랐던 ‘러시아 스캔들’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대 외교업적으로 자랑해온 북핵 문제 해결은 난관에 부닥쳤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이나 이란ㆍ베네수엘라 문제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사실상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28년만의 재선 실패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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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내들러 미 하원 법사위원장이 8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윌리엄 바 국무장관이 의회를 모독했다는 내용의 투표를 통과시킨 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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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러시아 스캔들’ 전방위 압박

하원 법사위는 이날 표결을 통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의회를 모욕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 ‘전체본’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원 전체회의가 의회 모욕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바 장관은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대통령의 행정특권을 주장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결의안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정보위원회도 이날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출석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6일 탈세 등 혐의로 수감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집사’ 마이클 코언과 트럼프 주니어의 증언이 배치되는 점을 따지기 위함이다. 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인 공화당이 대통령 가족 구성원의 출석을 처음 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운동 기간 내내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과 갖가지 사법방해 논란을 진화하는 데 진땀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개인적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코언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탈세 의혹 제기 와중에 1985~1994년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와 달리 11억7,000만달러의 누적손실을 봤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또 다른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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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 유럽 순방 도중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귀환하기 위해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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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의 적’ 만들어 내부 결속 노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외교행보는 이른바 ‘문제 국가들’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철강ㆍ알루미늄 등에 신규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5일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를 중동에 배치한 데 이어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돈줄을 끊겠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란은 사실상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60일 시한으로 독일ㆍ프랑스 등에 중재 역할을 떠넘기는 등 물러설 기미가 전혀 없다. 유가 상승 등으로 각국의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그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할 공산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이 유럽 순방 일정을 대폭 수정ㆍ단축한 건 그만큼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이란 관련정책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고 러시아ㆍ중국 등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무력 사용도 쉽지 않다.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별무소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중남미의 ‘눈엣가시’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도 현재로선 기약이 없다. 올해 초 친미파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실패한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를 부추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이도 의장이 공개적으로 미군 개입을 요구하는데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7일 베네수엘라 난민 지원용 병원선 파견만을 언급한 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군색한 처지가 읽힌다.

기대했던 중국과의 무역전쟁 승리도 자칫 날아갈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하루 앞둔 이날 플로리다 유세에서 “중국이 합의를 깨트렸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중국은 ‘반격 조치’를 언급하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와 두 차례나 마주 앉았지만 30년 가까이 되어 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좀처럼 진척이 없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잇따라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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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8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음식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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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 맹추격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존 케이식, 래리 호건, 빌 웰드 등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경쟁자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예상 후보와의 가상대결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지난 3월 23일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카말라 해리스 후보와는 불과 2~3%포인트 차이의 박빙우세에 그쳤고, 조 바이든 후보에겐 40대47로 패했다.

미 상무부는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가와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우외환 탓에 1992년 경제 문제로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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