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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반려동물의 평생을 책임질 수 있나요?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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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입양 전에 고려할 문제들

경향신문

반려견 행동학교에 참석한 사람들과 반려견들의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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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야, 나는 너에게 밥을 주고 있는 캣맘이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미래에 내가 너의 집사가 된다면 아껴주고 지켜줄게. 여름이 오기 전에 집에서 만나자.”

길고양이를 입양할 계획을 가진 한 캣맘이 ‘시루’라고 이름 붙인 길고양이에게 쓴 엽서를 읽으려다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하자 강의실 안은 잠시 숙연해졌다. 이 캣맘이 다소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엽서에 써놓은 내용을 읽자 다른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는 듯했다. 캣맘은 길고양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건강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을 말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찬성하는지

경제·시간적 여유 있는지도 숙고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볼 때까지

가족으로서 보호할 결심 확고해야

동물을 사지 않는 것도 ‘애호 방법’


지난 7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서울시 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는 미래에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려는 이들과 현재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 사육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은 이들을 위한 반려묘 돌봄문화시민학교의 5월 첫 강의가 열렸다. 강의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관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은 반려묘와 반려견 학교로 나뉘어 있다. 입양 예정인 이들과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실제 필요한 것들을 4회에 걸쳐 강의하는 내용이다. 반려견·묘와 함께 살기 위한 준비, 생태적 특징 및 언어 이해,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법, 장난감 만들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강의에서 손소영 강사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강조했다. 손 강사에 따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인가를 돌아보는 것이다. 가족들이 반대할 경우 자신과 동물 모두 불행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입양에 찬성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사료나 예방접종 등 예측 가능한 비용들도 있지만 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날 경우 병원비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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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에서 한 어린이가 미래의 반려견에게 쓴 엽서.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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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경우 산책, 반려묘의 경우 같이 놀아줄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이 생기면 자유로운 여행이나 외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이 죽을 때까지의 약 15~20년 동안 가족으로서 보호할 결심이 있는지도 자문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 입양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사항들을 입양 전 스스로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는 매년 10만마리가량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입양으로 인해 또 한 마리의 동물이 버려지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하루 발생하는 유기견·유실견의 수는 281마리에 달하는데 이 중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 주인을 찾아가는 수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26마리 정도다. 나머지 155마리는 보호소의 보호기간(10일)을 넘겨 살처분 되거나 자연사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손 강사는 “많은 동물이 버려지는 건 특별한 책임감이 없어도 입양이 가능한 한국의 입양 문화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개의 입양 경로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경우는 5.5%에 불과하다. 지인들끼리 무료로 분양하는 경우가 50.2%로 가장 많고, 펫숍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31.3%, 가정에서 번식시킨 개를 유료 분양하는 경우가 10.8% 정도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 없이 개를 입양하는 경우가 90%를 넘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동물을 사지 않는 것도 훌륭한 동물 애호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돌봄문화시민학교의 강의에서는 미래의 반려동물이나 집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엽서를 쓰는 순서도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지난달 이 강의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미래의 반려견에게 “최선을 다해서 너를 사랑하고 절대로 버리지 않을게”라고 쓴 엽서를 보면서 각자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을 엽서에 써보는 경험을 가졌다. 손 강사는 길고양이를 키우려는 캣맘에게 그 고양이의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은 뒤 캣맘이 ‘중성화된 개체이고 두 살 정도로 보인다’고 답하자 걱정스러운 어조로 조언했다.

그는 “고양이가 2년이나 길에 있었으면 고려할 것이 많다”며 “집에 데리고 왔을 때 실내생활에 적응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양할 경우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중에는 반려묘에 대해 흔히 오해하고 있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잘못된 선입견으로 인해 사람과 동물 양쪽이 모두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반려동물에 대해 더 잘 알도록 함으로써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고양이의 행동 이해하기’ 강의를 맡고 있는 카라 전진경 이사는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장시간 혼자 있어도 된다, 고양이를 외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대표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며 “고양이는 매우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로 지속적으로 홀로 아무런 자극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두는 것은 고양이의 복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양이가 외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고양이에게 자유를 줬다고 말하는 건 매우 무책임하다”며 “로드킬이나 학대의 위험에 비하면 외출이 주는 즐거움은 매우 작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 이사는 “고양이는 사냥꾼으로서의 본능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놀이 등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은신처를 제공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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