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연합시론] 남의 일 아닌 미·중 무역전쟁…한국정부는 어떤 준비 해왔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9일과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무역전쟁 양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이 전쟁이 두 나라 만의 전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 특히 두 나라에 대한 무역의존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과 조기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는 워싱턴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상에 임해 막판 타결에 대해 기대를 하게 했다. 우리도 이 협상이 잘되길 바랐지만 결과는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은 10일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 규모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한술 더 떠, 예고된 분야 이외에 3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출제품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은 예상과 달리 아직 보복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미국이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또다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추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이 무역전쟁이 안 좋게 진행된다면 세계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가 '관세 전면전'을 벌이면 첫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국은 1.22%포인트, 미국은 0.31%포인트, 전 세계는 0.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중국 성장률이 5.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UBS도 중국 성장률이 1.6∼2%포인트, 씨티그룹은 2.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나라들은 더 힘들어진다. IHS 마킷은 글로벌 전자제품과 유럽 제조업의 신규주문 증가세 둔화에 신음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가 무역 전쟁 악화에 따라 성장에 더 심한 맞바람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쯤에서 우리 정부는 이 무역전쟁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묻고 싶다. 이미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2.9원까지 상승해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를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쓸데없이 불안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포함되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지나친 낙관'이나 '무신경'의 결과라면 이제라도 자세를 고쳐잡아야 한다. 무역전쟁 여파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줘 펀더멘털 악화로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역전쟁을 위기로 인식하더라도 정부가 펼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금방 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의 수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내수진작도 필요한데 역시 간단치 않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큰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을 예상한다면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만반의 준비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보름 넘게 방치된 추경안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도록 방안을 짜내고,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 큰 경제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경제진단도 냉철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엉뚱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