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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통증 참는다고 해결 안 됩니다, 치명적 합병증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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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노리는 통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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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헨리 8세 등 왕들이 앓은 질환이 있다. 아플 통(痛)자, 바람 풍(風)자를 합친 ‘통풍’이다.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다. 왕이나 귀족처럼 고기와 술을 즐기며 뚱뚱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고 해서 ‘황제병’이라고 불렸다. 현대사회에서 통풍은 더 이상 왕의 질병이 아니다. 식습관의 변화와 고령화로 이제는 비만한 중년 남성에게 흔한 ‘서민병’이 됐다.

통풍은 ‘요산’이 체내에 축적돼 생기는 병이다. 고기나 생선 같은 음식물에는 필수아미노산인 푸린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되고 난 뒤 남은 찌꺼기 물질이 바로 요산이다. 요산은 대부분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요산이 과도하게 유입되거나 잘 배출되지 않으면 몸속에 계속 쌓여 결정체를 이룬다.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요산 결정체가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이나 신장, 혈관에 쌓인다”며 “백혈구가 이 요산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통풍이 생긴다”고 말했다.

통풍은 비만이거나 고혈압·콩팥병이 있는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 앓지만 잦은 회식과 과식, 고지방식을 선호하는 20~30대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

과음·과식하는 젊은 층도 안심 못 해

중앙일보

발에 생긴 만성 결절성 통풍.


통풍은 4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에서 요산이 7㎎/ 이상 나온 경우다. 이런 무증상 상태가 10~20년 이상 지속하면 2단계인 ‘급성 통풍성 관절염’이 온다. 발가락이나 발등·손가락·팔꿈치·무릎 등 관절이 빨갛게 붓기 시작한다. 이때 통증이 워낙 극심해 ‘발작’이라고 표현한다. 통풍 발작의 강도는 출산의 고통보다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통증이 7~10일 이어지다 저절로 사라진다. 3단계는 ‘간헐기 통풍’이다. 첫 급성 통풍 발작 후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두 번째 발작이 발생한다. 그러다 4단계인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악화한다. 이때는 여러 관절에 통풍 발작이 잦아지고 통풍 결절 덩어리가 나타난다. 통풍이 위험한 이유는 관절염보다 합병증 때문이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는 “요산 수치가 계속 높은 상태로 오래 유지되면 심장이나 신장 등 장기에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혈관·신장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가명·62)씨는 5년 전 통풍 진단을 받았다. 발가락에 급성 통풍 관절염이 와서 걸을 수조차 없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은 후 통증이 점차 사그라지자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했다. 간간이 엄지발가락 통증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약을 먹으니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다 1년 전 김씨는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검사 결과,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송 교수는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합병증인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라며 “통풍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관절의 통증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BMC 의학 저널’(2017)에 따르면 통풍 환자의 고혈압 유병률은 69.1%에 달한다. 만성 신장 질환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은 심장·뇌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인 대사증후군과도 연관성이 있다. 최 교수는 “통풍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관절염이 아니라 콩팥병이나 심장 질환 같은 만성 성인병”이라고 강조했다.

증상 나타나기 전까진 생활습관 교정

무증상 고요산혈증은 보통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요산 수치가 증가한 원인을 찾는다. 원인에 따라 음식 조절이나 혈압 관리 등 생활습관을 교정해 요산 수치를 관리한다. 통풍 발작이 일어나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에는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가 효과적이다. 간헐기 통풍과 만성 결절성 통풍에는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치료를 한다. 요산 형성 억제제나 요산 배설 촉진제를 사용해 요산의 농도를 5~6㎎/ 이하로 낮춰 통풍 발작이 발생하지 않고 결절 덩어리가 녹아 없어지도록 한다.

식이요법도 필수다. 닭고기·소고기·돼지고기 등 육류와 간·내장류, 청어·고등어·정어리·꽁치 등 등푸른 생선, 새우, 바닷가재처럼 푸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 주의하고 기름진 음식은 적게 먹는다.

술은 통풍 환자와 상극이다. 푸린 함량이 높은 데다 요산 배출을 억제하는 탓이다. 통풍의 위험도는 술 섭취량에 비례하므로 금주를 권한다. 탄산음료나 과당이 많이 함유된 과일 주스도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어 과다 섭취하지 않는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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