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중국·이란에 발묶인 트럼프 “북 미사일, 신뢰 위반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무역전, 이란 핵, 베네수엘라

‘3대 외교위기’ 당장 해결 급해

북한과 긴장 고조 땐 재선 악재

9일 “심각”→10일 “화 안나” 톤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수위를 낮췄다. 북한은 4일과 9일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9일엔 같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아무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에서 달라졌다.

여기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레이스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중국·베네수엘라와 관련한 이른바 ‘3대 외교 위기’에 맞닥뜨린 배경이 있다. 이란은 지난 8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핵 농축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핵 항공모함 전단을 이란으로 급파하기로 하며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는 무역전쟁이 한창이고, 베네수엘라에선 후안과이도 국회의장이 미국 지지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자에서 이들 3국을 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명민한 협상가가 못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요지로 비판하면서 이 3국과 관련한 외교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상황에서 북한과의 긴장까지 고조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을 외교 치적으로 스스로 꼽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두 차례 발사에 대해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나는 신뢰 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이 발사한 것 중 일부는 미사일도 아니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북한이 쏜 것은 모두 단거리 미사일이었으니 김 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중국 등에서 외교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외교전까지 전선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의도와 함께, 북한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게 현재 최우선 순위는 북한보다 이란·중국·베네수엘라라는 분석이 외교가엔 많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은 북·미 대화의 흐름과도 연동돼 주목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된 후에야 양국이 북한에 대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문제를 일단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신호를 내보냈지만 그렇다고 북·미 관계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건 아니다. NYT는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친밀감은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며 “서로 겁을 먹고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조만간 (양보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같진 않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내 신호를 놓고 오히려 도발 수위를 더 올릴 호기로 여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