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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갈 뻔한 플라스틱으로 ‘고래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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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사회적기업 ‘우시산’ 변의현 대표

고래박물관 기념품점 운영…고래 죽음 보도에 ‘뭔가 해 보자’

선박의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 환기”

경향신문

변의현 대표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고래 인형을 안고 서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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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생물들을 죽인다. 전 세계 곳곳에서 폐플라스틱을 먹고 숨진 고래가 잇따라 발견됐다.

올해만 해도 필리핀 해안에서는 비닐봉지 40㎏을 삼킨 채 죽은 아기 고래 사체가, 이탈리아에서는 위장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 22㎏이 들어있는 임신한 암컷 향유고래의 사체가 각각 발견됐다.

울산지역 사회적기업 ‘우시산’ 변의현 대표(41)는 지난해 말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고래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고 ‘고래 관련 사업을 하는 우리가 고래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시산이 대형 선박의 폐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고래 인형과 에코백 등이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이 회사를 지원하는 SK이노베이션이 13일 밝혔다.

2015년 창업한 우시산은 울산에서 갤러리카페, 마을행복공방, 고래박물관 기념품점 등을 운영하는 직원수 11명의 사회적기업이다. 2016년부터 울산 남구와 협약을 맺고 고래 관련 관광기념품을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한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가 이 회사가 만든 고래 그림 텀블러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울산 소재 자회사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차원에서 우시산이 설립된 2015년에는 창업지원금 2500만원을 후원했고 지금은 경영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변 대표는 “지난 1월 SK이노베이션과 유엔환경계획, 울산항만공사 등과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보호하고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고래가 먹을 수도 있는 플라스틱으로 고래 인형을 만들자’는 역발상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매달 울산항에 입항하는 수십척의 선박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폐기물 중 플라스틱을 따로 분리해 관광상품으로 재활용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자는 취지다.

이 회사는 지역 수거업체 10여곳과 제휴해 지난 3개월간 울산항에 입항한 대형 선박들에서 나온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모아 재생 솜과 원단을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인형과 에코백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티셔츠와 방석, 봉사자용 조끼 등도 제작하기로 했다.

이 고래 인형은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고래 인형 뱃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판매된다. 고래 인형을 구매하면서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에도 동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변 대표는 “기념품으로 사용할 에코백 2000여개의 단체주문을 받는 등 지자체와 기관들의 선주문도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시산은 오는 31일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열리는 ‘바다의날’ 행사에서 ‘바다를 살리고 고래를 구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고래 관련 전시와 캠페인, 체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변 대표는 “울산 고래를 보호하고 바다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시산의 고래 인형과 다른 친환경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일상 속 실천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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