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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중국도 칼 뽑았다, 美에 25% 관세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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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600억달러 美제품에

트럼프 "中, 상황 악화시킬 뿐"

중국 정부가 6월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닭고기·옥수수·밀 등 2493개 품목에 25%, 가공식품 등 소비재 1078개 품목은 20% 등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엔 5~10% 추가 관세를 매겨왔던 상품들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보복해선 안 된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지난 1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미 무역대표부 청사 앞에서 류허(맨 왼쪽)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오른쪽에서 둘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맨 오른쪽)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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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미·중의 무역 전쟁이 한층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세계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 지수는 1.21%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 지수는 1.38% 내렸다.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은 2%가량 하락 출발했고, 독일 증시도 1% 이상 떨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시장까지 충격을 받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5원 오른 달러당 1187.5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6.4%나 오른 것으로, 지난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38.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중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 수출 감소분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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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종결을 바라는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미·중은 서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되는 이달 말 1차 데드라인, 보복 관세를 아직 적용받지 않은 나머지 325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수 있는 3~4주 뒤 2차 데드라인까지 미·중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G2 무역 전쟁의 장기화라는 악재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은 지난주 워싱턴에서의 협상이 '노딜(No Deal)'로 끝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기억해라. 그들(중국)이 우리와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하려고 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우리(미국)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있다. 우리는 중국에 관세를 매겨 수백억달러를 확보하게 될 것이고, 상품 구매자들은 미국 내에서 물건을 제조하거나(이상적인 상황), 아니면 비관세 국가들로부터 사라"고 덧붙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중국이 (사전에 합의했던) 일부 약속을 어긴 탓에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식재산권 및 사이버 침해 ▲기술 이전 강요 ▲관세·비(非)관세 장벽 등을 해결 과제로 지적하면서, "이와 관련한 매우 강력한 이행 조항이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해야 하고, 어떤 후퇴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보복 관세 리스트에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거 포함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 농촌을 정면 겨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을 성토하면서 중국이 핵심 이익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은 중대 원칙 문제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중국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진창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경제 매체 쯔관왕(資管網)에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이 이길 수 있는 세 가지 킹(king) 카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꼽은 첫째 카드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 95%를 점하고 있는 희토류, 둘째는 중국이 보유 규모에서 세계 1위(1조1230억달러)인 미 국채다. 마지막이자 최대의 카드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애플의 수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공방 와중에 커들로 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다음 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날 가능성이 꽤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협상은 올해 연말 무렵에야 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 전쟁이 수십년간 지속될지도 모르는 경제 전쟁 초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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