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원 "관세부담 90%, 미국이 져…中 수출 다변화 성공" 주장
"中 피해가 훨씬 크다"는 트럼프 주장 반박하며 '관세폭탄 무용론'
트럼프 "G20서 시진핑 만날 것…3천억불 관세 결정안돼"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관영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미국 '관세 폭탄'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1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는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지금껏 2천5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부담의 대부분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출기업의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중국산 물품의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미국 시장의 수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관세 부담의 대부분은 미국 소비자와 소매상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결국, 미국 정부가 부과한 관세 중 중국 측이 부담하는 것은 9∼10%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의 소매상과 생산기업, 소비자 등이 나머지 90%의 관세 부담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대외무역연구소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훨씬 크다는 주장을 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6천81개 중국산 제품 가운데 1천150개 품목은 미국 내 해당 제품 수요의 절반 이상을 중국산 수입품으로 충당하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중국인들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보다 미국 소비자들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이다.
인민대학 국가발전전략연구원은 중국이 수출 다변화에 성공해 미국 '관세 폭탄'의 부정적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의 교역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중국이 무역시장 다원화에 성공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왕샤오쑹 연구원은 "중국은 좁은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 광범위한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가들과의 교역을 증진해 무역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이러한 주장을 내놓은 것은 일단 무역전쟁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국내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관세 폭탄의 실질적인 피해자가 미국 소비자라는 지적을 통해 "중국 피해가 훨씬 크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우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2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나와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미국 정부의 대중국 추가 관세가 소비자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기업과 가정의 부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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