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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아이폰·장난감에도 관세폭탄 예고…미·중 무역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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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4차 관세 품목 발표

트럼프 “3~4주 내 판가름날 것”

양국 보복관세 효력 시점 겨냥

협상 여지 남기며 압박 강도 높여

중앙일보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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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중국이 13일(현지시간)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에 대한 보복관세를 공식화한 날, 미국은 25% 관세를 매길 새로운 중국산 수입품 3805개 품목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유럽 등 주요 증시가 폭락하면서 하룻밤 새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200조원)가 증발했다.

지난 10일 미·중 무역협상이 ‘노딜’로 끝난 뒤 무역전쟁은 격화일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목록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가 6월 1일부터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어치에 대해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맞불을 놓은 데 대한 재반격이다.

트럼프, 미국 소비자들 불만도 부담

스마트폰, 노트북 PC와 아동복, 장난감, 신발 등 생활에 밀접한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커피 메이커부터 스니커즈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소비재 품목이 망라돼 있다”면서 “공청회 등 관세 부과를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마지막까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애플 아이폰도 들어 있다. 희토류와 일부 의약품, 전기자동차 등은 제외했다.

미국이 지난해 7월, 8월, 9월 각각 고율 관세를 부과한 340억 달러, 160억 달러,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은 부품과 원재료 위주여서 기업들이 관세 인상분을 흡수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 전체로 관세 대상을 확대하는 이번 관세 폭탄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만을 대상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미국 내 소비자 불만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매슈 셰이 전미소매연합 대표는 “고율 관세 확대는 미국 경제를 놓고 너무 큰 도박을 벌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USTR이 관세 폭탄을 대포에 ‘장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발포’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 철회 가능성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협상 여지는 남겨두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에 대비하는 동안 중국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제품 500억 달러에 이어 이번 600억 달러까지 보복관세를 매기면 ‘관세 카드’를 모두 소진하게 된다. 중국의 대미 수입액이 약 11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보복 수단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보잉 비행기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도 언급했다.

중국, 미국기업 규제 등 비관세 카드 검토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하느냐, 극적으로 타결되느냐는 6월 중순 또는 말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서 "적절한 때가 되면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무역협상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3~4주 뒤 알게 될 것”이며 “매우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면서 이 시점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상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배편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상품이 건너오는 데 통상 3~4주가 걸리는 만큼 관세율 25%가 실제로 적용되는 시점은 3~4주 후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최고 25% 관세 집행 시기를 3주 뒤인 6월 1일로 정했다. 양측 모두 협상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6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다. 두 정상은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고, 매우 결실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을 결정한 바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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