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의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만나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선배(정 전 의장)에게 솔직히 말씀드렸다”며 “출마 지역구는 내년 초께 당에서 결정을 내 줄 테지만 그 전까지 일단 종로에 살림집만 좀 옮겨놓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은 정 전 의장에게 “출마지는 어디든 마다치 않겠다고 했다”면서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이 쉽지 않은 ‘험지(險地)’ 출마 결정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임 전 실장은 현재 은평구의 아파트에 거주 중인데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정 전 의장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자리에 연연하진 않지만 종로 지역구가 내 사유물도 아니고 누구에게 주고 안 주고 할 상황도 아니다”며 “당에서 결정할 테지만 야당에서 힘센 사람이 종로에 나와 지역구를 뺏기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통상 국회의장을 마치면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이 나오면서 여권에선 지역구 관리가 탄탄한 정 전 의장의 재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전 실장도 이에 대해 “내년 선거 구도가 여권에 만만치 않을 수 있다”며 “정 전 의장을 만났을 때 ‘당에서 정 선배가 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당이 정해 주는 곳으로 가고, 종로라는 상징성과 관례 등으로 변화가 생긴다면 내게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현직 대통령을 유권자로 둔 곳이고,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 국회의원 출신이다. 임 전 실장은 14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과 함께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23일)를 앞두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박수현(국회의장 비서실장)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 청와대 1기 멤버들이 합류한다. 모두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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