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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 국가비상사태 선포하며 화웨이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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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과 무역협상 재개 앞두고 민간에도 화웨이 장비 원천 봉쇄

5G 패권 다툼 승부수 던져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가 15일(현지 시각) 중국 화웨이를 겨냥해 동시에 제재의 칼을 뽑아들었다.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패권을 둘러싼 대중(對中) 기술 전쟁의 막을 올리며, 두 가지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맞대응을 해온 중국은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산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상무부가 '화웨이와 그 계열사 70곳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정부 부문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작년의 조치를 민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 통신 장비 시장에 진출할 길이 봉쇄됐다. 상무부의 발표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에 부품이나 기술을 판매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일일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퀄컴의 반도체 등 미국산 부품을 필요로 하는 화웨이는 앞으로 부품 수급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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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왕 화웨이 투자심사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자사의 새로운 정보 관리 시스템 출시 행사에 참석해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그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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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화웨이는 16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 이익을 해치는 것"이며 "화웨이 권리를 침해하고 엄중한 법률적 문제를 일으키는 불합리한 제한"이라고 비난했다. 화웨이는 또 "미국은 질은 낮고 값은 비싼 대체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5G 분야에서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과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이날 "중국 기업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중국은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캉 대변인은 또 지난해 중국이 구금했던 캐나다인 2명을 국가기밀을 정탐하거나 훔친 혐의로 정식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한 직후 강제 구금했던 캐나다인을 정식 체포한 것은 미국의 화웨이 공격에 대한 간접 보복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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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웨이로 인한 안보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제재에 나선 것은 협상 재개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5G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에서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미국 통신업체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이 반드시 5G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재, 특히 미 상무부의 조치는 화웨이 장비로 5G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각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부품 공급을 옥죌 경우 화웨이로서는 통신장비 생산과 납품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NYT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산업 사슬의 출발점인 미국 기업들을 단속하고 나서면서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화웨이 배제를 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캠페인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제재는 ZTE(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에 대한 작년의 제재보다는 수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ZTE는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산 핵심 부품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화웨이는 미국산 부품 조달을 완전히 차단당한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화웨이는 미국 통신장비 시장 진출이 봉쇄됐지만, 당장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화웨이의 미국 매출은 전체 매출 1070억달러의 0.2%(2억달러)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행정명령이 화웨이에 대한 공격 개시 명령이라는 점에서 화웨이에는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이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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