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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해찬 한마디 후… 민주·한국 지지율 차 1.6%p → 13.1%p 널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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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지율, 지난주 33 : 42.5% 이번주 41.7 : 30.4%

조선일보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만에 1.6%포인트에서 13.1%포인트로 급증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양당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진 리얼미터 조사에 대해 '이상한 조사'라고 지적한 지 이틀 만에 여당이 '원했던'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당은 "집권당 대표 말 한마디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뒤바뀌는 세상"이라고 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3~15일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43.3%, 한국당 30.2%였다. 일주일 전인 지난 7~8일 리얼미터·tbs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36.4%에서 6.9%포인트 상승한 반면 한국당은 34.8%에서 4.6%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측은 "최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향한 혐오 표현 논란,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황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이 한꺼번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와 학자들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일이 터진 것도 아닌데 정당 지지율이 이렇게 요동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등록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 전과 표본 선정 방식, 조사 방법, 질문 내용 등이 달라진 게 없었다. 응답률도 6.5%로 지난주의 6.6%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정치적 상황 이외엔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국당이 악재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7%포인트가량이나 급등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버스 파업 논란이나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통계 등을 보더라도 여당 지지율이 오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주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33.0% 대 42.5%로 한국당이 9.5%포인트 앞섰지만 이번 주엔 41.7% 대 30.4%로 민주당이 11.3%포인트 앞서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또 대구·경북에선 민주당이 한 주간 11.4%포인트 오른 34.5%를, 한국당은 9.6%포인트 내린 39.9%를 기록하며 양당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불리한 여론조사를 '이상한 것'으로 매도하는 집권당 대표나 집권당 대표 말 한마디에 뒤바뀌는 조사 결과나 모두 정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리얼미터가 주로 쓰는 자동 응답(ARS) 조사 방식은 대표성 있는 표본 추출이 쉽지 않고 응답도 부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리얼미터는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해 여권의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번 내놓은 바 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 등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키로 합의한 것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사용된 질문에는 선거제 개편 등을 '개혁 법안'이라고 표현했다. 긍정적 인상을 주고 사실상 찬성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후보자 시절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부적격'이 '적격'의 두 배에 이르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가 3일 뒤 질문을 바꿔 '찬반이 엇비슷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여권은 후자의 조사 결과를 이 재판관 임명 강행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최근엔 리얼미터 조사뿐 아니라 여론조사 전반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론조사를 할 때 과거에 조사했던 응답자 전화번호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예전에 조사했던 응답자 중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위주로 전화를 다시 건다면 수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나 여권에서 발주하는 여론조사 물량이 상당한 것도 조사의 객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선 "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하면 여론조사 전화가 그냥 끊긴다" "70대라고 나이를 밝히니까 조사를 중단한다" 등 불만이 제기되곤 했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은 "여심위 등에서 조사 원(原)자료를 일일이 검증하기 전에는 누구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언젠가는 정권이 교체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회사가 일부러 여당 편을 들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

리얼미터·tbs 조사는 전국 유권자 1502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방식을 활용해 전화 면접(10%)과 자동 응답(90%)을 병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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